[나는 기술, 기는 법규]① 드론산업, 규제에 묶여 날지 못한다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1.17 08: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업용 촬영하려면 허가만 ‘4곳’...띄우기도 전에 ‘기진맥진’

미래 먹거리로 자율주행차,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산업이 뜨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워낙 빠르다 보니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산업 발전이 저해되는 경우가 많다.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앞으로 총 4차례에 걸쳐 관련 법규 미비, 규제 탓에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첨단기술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아마존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 /사진=아마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무인항공기(드론) 산업이 한국에서는 규제로 인해 ‘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 등 상거래 업체와 DHL 등 배송 업체는 드론이 배송 시간 단축, 비용 감소 등 배송 시스템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드론을 이용한 무인 배달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개발해왔다. 세계 최대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미국연방항공국(FAA)에 드론 운행을 야외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드론 시장이 연평균 32.22% 성장해 시장 규모가 5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드론 소관 부처 일원화 해야...관련 규제도 ‘복잡’

문제는 세계의 드론 개발 흐름을 국내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소관 부처가 일원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드론 관련 소관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국방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드론은 특히 국토부 항공법에 영향을 받는다. 항공법에서는 항공기를 비행기, 비행선, 활공기, 회전익 항공기, 동력비행장치, 항공우주선 등 항공에 사용할 수 있는 기기(機器)로 정의한다. 크기에 따라 항공기, 경량항공기, 초경량비행장치로 구분한다. 드론은 항공법 2조에 의거 ‘초경량 비행장치’에 해당한다.

연료를 제외한 자체중량이 12㎏을 초과한 드론은 관할 지방항공청에 신고하고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사업용이 아닌 12㎏ 이하는 신고 및 안전성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12㎏ 이하라도 드론을 이용해 농약살포, 공중촬영, 측량 및 관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 자체중량과 관계없이 모든 드론은 비행관련 규제를 적용 받는다. △일몰 후 야간 △비행장 반경 9.3㎞ △비행금지구역 △150m 이상 고도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 등에서는 비행이 금지된다. 이 외에도 군부대나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시설 비행도 금지된다. 해당 항공법을 어기면 1회 20만원, 2회 100만원, 3회 이상 2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영리, 보도 목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상업용 촬영을 위해서는 국방부·국군기무사령부·국토교통부·교통안전공단 등에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드론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국토부가 자체 개발한 웹 지도인 ‘브이월드’를 이용하면 비행금지구역을 알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 지도에는 항공법에 따른 비행금지구역만 표시돼 있을 뿐, 국방부 등이 지정한 국가 중요시설 주변의 비행금지구역 표시는 나오지 않아 혼선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규제 완화, 갈 길이 멀다

정부도 드론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지난 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주요 경제단체장, 민간전문가, 일반인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4개 지역 공역에서 가시권 밖, 야간, 고(高)고도 시험비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4개 공역은 부산(중동 장사포), 대구(달성군 구지면), 강원(영월 덕포리), 전남(고흥 고소리) 등이다. 시험비행 허용 사업자는 지난 10월 선정한 15개 컨소시엄이 우선 대상이다. 또 내년 1월에 무인기 지상제어전용 주파수 기술기준을 마련하고 고시할 계획이다.

한국이 이제 막 드론 관련 시험 비행에 나서려는데 반해 일본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관계 장관과 경제단체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대화’를 개최하고 관련 부처에 신사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드론을 활용한 화물 운송의 경우, 의료기관이 부족한 낙도와 산간 지역부터 우선 허용키로 했다. 2018년까지 의약품이나 수혈용 혈액 등 긴급한 수요가 있는 제품 배달이 가능해 진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부처와 민간 사업자로 구성된 민관협의회를 통해 내년 여름까지 드론 운영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전파법 등 관련 법도 개정한다.

미국은 지난 2월 상업용 드론 도입을 허용하는 운영 규정을 발표했다. 아울러 6곳에 무인기 전용 비행시험장을 운용중이다.

미국연방항공국(FAA)은 드론 운영 규정으로 과속 금지, 과적 금지, 저고도 운용, 조종자 필기시험 등을 두고 있다. 안전을 위해 상업용 드론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0마일 미만으로 제한하고, 무게도 최대 55파운드(25㎏) 이내로 한정했다.

드론 조종 면허증은 17세 이상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딸 수 있고, 이후 200달러를 내고 드론을 등록하면 운용이 가능하다. 면허증은 2년 마다 시험을 치르고 갱신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체 무게 또는 목적에 따라 규제가 세분화하고, 연습용 또는 완구용 기체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부처마다 각기 다른 드론 규제를 몰라 벌금을 무는 사례가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4군데 시험비행 허용 지역도 지방을 넘어 서울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