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술, 기는 법규]② 자율주행차 ‘무한경쟁’시대, 규제정비는 ‘아직 미흡’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1.17 17: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글 무인자동차/사진=구글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을 탑재한 제네시스 EQ900을 오는 12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나섰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발전에 비해 한국의 법·제도의 정비 작업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1단계는 운전 보조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센서로 차량 주변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동을 걸거나 전방에 있는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는 기능 등 현재 일부 차량에서 실제 적용되고 있다.

2단계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술이다. 운전자가 운전은 직접하지만 기계가 자동으로 방향조정과 속도조절을 모두 지원한다. 3단계는 아직까지 상용화되진 않았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시험 차량을 통해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은 차량 스스로 판단해 차선변경, 추월, 장애물 피하기 등이 모두 가능하다. 4단계는 긴급 상황을 포함해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다.

◇막 걸음마 뗀 ‘시험운행’

정부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 전에 규제 정비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한국에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일반 도로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채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자동차 주행은 운전자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연구를 위한 시험운행구간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시험운행구간은 고속도로 1개 구간(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 분기점, 41㎞)과 일반국도 5개 구간(수원·화성·용인·고양 일부지역 320㎞)이다.

또 시범특구에 필요한 시험운행 허가 요건, 자율조향장치 장착이 가능한 특례 등도 올해 12월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2013년 자율운행 차량 시험운행 요건 지침을 마련하고 일부 주에서 시험 운행을 허가한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다.

한국에서 무인차 연구개발이 본격화된 건 2006년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일부 대학이 무인차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무인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와 한양대학교 정도다.

반면 미국은 1991년 AHS(Auotmated Highway System)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대규모 자동 운전을 시범 운행했다. 또 구글은 2010년도에 미국 국방부의 무인차 경진대회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아울러 2011년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미시건, 워싱턴 DC 등 5개 주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법제화를 완료했다. 뉴욕, 일리노이, 하와이, 뉴햄프셔, 오레곤, 텍사스,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등 12개 주는 현재 심사중이다.

유럽은 2008년 HAVit 프로젝트를 통해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메르세데스-벤츠는 100㎞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아우디도 올해 초 자율주행이 가능한 A7 모델을 기반으로 900㎞를 운전자 도움 없이 달리는데 성공했다.

일본도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도로교통법과 차량법 등 법규를 정비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시운전이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는 나리타공항과 경기장·올림픽선수촌이 있는 도쿄 시내 간 고속도로에서 무인 버스와 택시가 자율주행할 수 있게 된다. 

◇주파수 대역 불일치도 빨리 개선돼야

현재 국내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해외에서 움직일 수 없고, 해외에서 개발한 차 역시 국내에서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무선차량통신(V2X) 주파수 대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V2X는 차량 간 정보를 주고받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주변 사물이나 다른 자동차 또는 보행자와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해 도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주변 사물들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무선통신이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V2X 국제표준 주파수 대역은 5.9㎓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주파수 대역을 방송중계용 차량이 사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통신용으로는 5.835~5.855㎓만 할당됐다. 이 대역은 폭이 좁아 초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표준 주파수 대역으로 바꾸지 못할 경우,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수출용과 내수용을 각각 따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 8월 방송업계와 협의해 주파수 회수 고시를 했고 오는 11월에는 국토부와 협력해 주파수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며 "내년 말까지 주파수 재분배 고시와 관련 기술규제를 확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