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글로벌 ‘펜’ 열풍..삼성·애플·MS까지, 왜 ‘펜’인가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1.20 18:10
  • 호수 13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 기능 홍보 강화, B2B 사업 확대 전략
(마이크로소프트가 19일 테블릿 PC 서피스 프로4를 국내에 출시했다./사진=MS)

전자업계에 펜 열풍이 뜨겁다. 애플펜슬 발표로 불거진 펜논란은 서피스 프로 4 국내출시로 더욱 달아오른 모양새다.

모바일 기기에 전자 펜기능을 도입한 선두주자는 삼성전자였다. 대화면 스마트폰 노트 시리즈는 펜과 함께 해 더욱 화제가 됐다. 테블릿 PC에서도 S펜이 쓰인다.

펜은 일상에서보다 업무 활용도가 강조된 기능이다. 정교한 메모나 디자인에 쓰이기 좋기 때문이다. 펜 기능이 정교화할수록, 반응성이 좋아질수록 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

때문에 업계에선 전자 기업들이 제품에 펜 기능을 추가하는 게 B2B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속도VS정교함, 각기 다른 기능..”테블릿의 활용도 극대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라인과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시리즈 펜 기능의 공통점은 메모 기능이 강하다는 점이다. 갤럭시 노트5의 경우 휴대폰 화면을 켜거나 특정 앱을 실행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도 즉시 메모가 가능하다. 서피스 펜은 원노트(One Note)라는 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피스 자체가 태플릿 PC이기 때문에 그밖에 화면 조정도 펜으로 가능하다.

즉 양사 전자 펜은 신속한 업무 또는 학습 기능을 강화한 도구다. 그래픽 용 펜 마우스처럼 정교한 반응성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노트5 펜으로 그림을 색칠하는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뉴욕 링컨센터에서 노트5를 공개했을 때 주로 업무환경에서 편하다는 점이 기기의 강점으로 설명했다.

MS도 서피스가 테블릿이지만 투인원(2 in 1)으로서 노트북 대신 사용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모나 문서 읽기가 필요할 때는 태블릿 PC로, 문서 작업이 필요할 땐 전용 키보드를 달아 노트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애플펜슬’은 정교한 사용감을 무기로 한 제품이다. 일부 설정에선 마치 화면 바로 위에 쓰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필기감이 좋다. 애플펜슬이 처음 공개됐을 때 홍보 화면에선 펜으로 직접 디자인을 하는 등의 모습이 노출됐다. 애플 제품이 그래픽 작업에 편리했던 점이 제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팬슬은 서피스 펜처럼 테블릿 PC인 iPad Pro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iPad Pro와 따로 판매되며 가격도 정가 99달러(USD)로 높은 편이다. 한국에선 12만 9000원에 판매된다. 

◇ 펜 기능은 B2B 강화전략의 핵심 무기

생전 스티브 잡스는 모바일 기기에 펜을 도입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인간의 손 만으로 충분히 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하지만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애플펜슬을 내놓으면서 애플이 잡스의 철학을 버리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애플 문화에 반감을 갖던 일부에선 이런 변화를 조롱하는 반응도 나왔다.

잡스가 일상적인 사용에서 기기의 편리함을 강조했다면 최근 애플의 전략은 기업, 학교를 대상으로 한 비투비(B2B, 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소비재 부문은 점점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관련 사업은 규모도 크지만 한번 거래처를 뚫으면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서비스하기가 편하다”면서 “대신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핵심 기술이나 역량이 있어야 경쟁에 덜 노출돼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IBM과 사업 협력으로 iOS에서 ‘업무용 모바일 퍼스트 앱(Mobile First app)’을 내놓았다. 이 앱은 “급이 다른” 업무용 앱으로 홍보되고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강점으로 하드웨어 판매량을 높이는 전략을 B2B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 하에 꾸준히 B2B사업을 강화해왔다. 지난 달엔 윤부근 삼성전자 CE(가전) 부문 사장이 시스템 에어컨 브랜드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바일 부문에선 기업용 모바일 보안 솔루션을 내놓고 B2B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MS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아직 탄탄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MS 오피스(Office) 등  프로그램 호환 측면에서 국제 표준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구글에게 위협 받는 자사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7월 MS 코리아가 개최한 전략 발표회에서는 “모든 사람과 조직에게 기술을 바탕으로 한 높은 생산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S는 이미 윈도와 디바이스 조직을 합쳤다. 업무에 적합한 하드웨어 출시는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