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의 대화] 냉장고 속 갓난아기 시체 2구 꽁꽁 언 채로 발견
  • 배상훈 |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프로파일러) (.)
  • 승인 2015.11.26 21:11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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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 결과 프랑스인 부부 아이들…산후 우울증 앓던 부인이 살해 후 유기

2006년 7월23일 낮 12시쯤 서울 방배경찰서로 112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의 내용인즉, 친구가 우리말을 못해서 대신 신고하는데, 친구가 자기 집 냉장고에서 비닐에 싸인 이상한 물건을 발견해서 보니 갓난아기의 시체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가 들어온 곳은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빌라였고, 집 냉장고에 영아가 유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베란다에 있는 냉동고에 갓 태어난 아기 시체 2구가 웅크린 채 꽁꽁 얼어붙어 있었는데, 심지어 탯줄도 달고 있었다고 한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아기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남자 영아들로 20㎝ 정도 대충 자른 탯줄로 보아 병원에서 의사에 의해 분만된 정상 출생아는 아닌 것 같았다. 이 영아들이 집 주인인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 부부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DNA 분석으로 알아냈다.

이전에도 아기 목 졸라 죽인 후 벽난로에 태워

그러나 경찰에 신고를 하고 국과수의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장 루이 쿠르조는 출국을 했고 그의 가족들은 휴가차 프랑스에 남아 있었다. 결국 한국 경찰은 프랑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쿠르조 부부를 한국으로 소환한다고 프랑스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던 쿠르조 부부는 프랑스 경찰에 그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이라는 증거가 없다면서 예정대로 휴가를 마치고 갈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경찰이 자기들의 아기가 아닌데도 다른 음모를 꾸미기 위해 자기들 아기라고 주장한다고 일종의 억지를 부리면서 한국으로의 출국을 거부했다.

ⓒ 일러스트 오상민

결국 한국 경찰은 부부가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부부의 DNA를 확보해 다시 한 번 친자들의 DNA에 부합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쿠르조 부부는 한국 경찰의 DNA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더해 프랑스 정부 쪽에서도 한국의 수사력을 무시하면서 이후 수사 진행을 지체시켰다. 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프랑스 여론이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프랑스 내에서 한 차례 더 DNA 조사를 하고 난 후 쿠르조 부부는 영아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후 아내인 베로니크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는데, 이유인즉 더 이상 아기를 원하지 않아서 아기를 죽였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낙태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더욱이 아기를 죽이라고 하는 일종의 암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냉동고에 보관한 이유에 대해서는 죽인 후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그냥 집에 둔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한 후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부인이 단독으로 벌인 살인 사건이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 과정에서 베로니크가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을 벌인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에 오기 전인 1999년 9월에도 혼자 아기를 낳은 후 목 졸라 죽이고 벽난로에 태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의 영아 살해 유기 사건만을 놓고 본다면 여성의 산후 우울증과 관련된 사건 정도라고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프랑스인이라서 일종의 외교적인 문제와 함께 한국 경찰의 수사력 문제 등이 합쳐져 단순할 것 같은 사건이 이상하게 꼬이게 된 것이다. 사건 자체를 떠나 외교적인 문제가 되다 보니 본질과는 무관한 문제들이 드러나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문제들은 한국이 권위주의 시대, 정확히 말하자면 군사독재 시대를 지나왔기에 언젠가는 나타날 일이었다고 본다. 사법 절차의 선진국 프랑스에서 볼 때 권위주의 시대 한국 경찰들이 정치범들을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강압적인 자백을 받아낸 사실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법 후진국에서 그것도 경찰이 분석한 DNA 결과를 바로 인정한다는 것은 프랑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우리 사법기관들이 인권 중심 수사, 증거 중심 수사를 적법하게 꾸준히 해나간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다. 그렇게 일명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 사건’은 산후 우울증으로 인한 영아 살해 사건이라는 본질과는 무관하게, 한국 경찰이 DNA 분석 능력을 자화자찬한 사건으로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 사건을 산후 우울증에 걸린 친모에 의한 영아 살해 사건이라는 관점과는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려고 한다. 영아들의 친모인 베로니크의 자백 진술을 보면, 더 이상 아기들을 원하지 않아서 죽였고 누군가가 아기들을 죽이라는 암시를 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산후 우울증에 의한 영아 살해의 경우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의한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동반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베로니크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다. 1999년에도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후 또다시 같은 범죄를 반복한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영아 살해 선택

그렇다면 베로니크가 저지른 범죄를 단순히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99년의 경우 죽인 영아를 하루가 지난 후 벽난로에 넣고 불에 태웠다고 했다. 2006년의 사건에서도 영아들을 죽인 후 냉동고에 넣어두고 있었다. 추정하건대 만약 서래마을 빌라의 내부 구조에 벽난로가 있었다고 하면 그 영아들도 불에 태워졌을지 모른다. 벽난로가 없었으므로 태우지는 못했을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영아들의 시체를 훼손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행동양식은 단순히 산후 우울증에 의한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가지는 반사회적 정신장애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행동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절단애호증’이라는 것이 있다. 손가락이나 얼굴 등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잘랐다가 다시 붙였다가 하는 행동을 말한다. 또 ‘시체애호증’이라는 것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죽은 시체를 옆에 두고 잠을 자거나 심할 경우 시체와 성행위(屍姦)를 하기도 한다. 이런 예를 언급하는 것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통제하기 쉬운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의 특성은 여성, 특히 아이를 낳은 산모들 중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범죄인류학의 측면에서 볼 때 신교보다는 구교(가톨릭)를 기본 신앙으로 믿는 사회에서 일부 나타난다. 여러 아이들을 출산하는 것이 일반화된 사회, 즉 남부 유럽권(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과 남미권(아르헨티나·브라질 등)에서 나타나곤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사회에 따라 다양한 억압을 경험하는데, 여성이 가지는 다양한 억압적인 스트레스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데 실패할 경우 영아 살해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진화심리학에서는 영아 살해를 짝짓기 선호와 종족보존이라는 틀로 설명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부족 중심의 문화권 현지 조사에 의한 결과일 뿐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베로니크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어떠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영아 살해를 선택했는데, 한 번의 경험으로 인해 축적된 해소감이 증폭돼 또 다른 영아 살해를 부른 것이다. 영아의 경우 노인·시체·동물 등에 비해 통제가 쉬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촉각·후각 등 감각적인 측면에서 더 선호되는 범죄 대상이다. 그래서 불에 태우는 방식을 선호했을 것이다.

2006년 8월22일 쿠르조 부부가 기자회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성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지표

우리 사회에서도 물론 영아 살해가 종종 목격된다. 여기에서 미혼모에 의한 영아 살해는 지금 언급하는 여성의 억압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산후 우울증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미혼모에 의한 영아 살해는 호르몬이나 스트레스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 양육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다. 반면 여기서 언급하는 문제는 여성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 살인, 특히 존속 살인에 대한 여론 환기는 그나마 어느 정도 진행 중에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가족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큰 셈이다. 반면 여성이 가지는 스트레스 요인과 범죄와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나 관심은 아직도 미진하다. 사실 남성에 의한 가정 폭력이 조명받는 이유도 여성들이나 아이들이 받는 피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남성들 자체의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일종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보호의식이라고 할까? 그래서 주로 언급되는 명제들이 경제적 불안이나 사회적 혼란 등등이다.

그런데 이런 남성들의 스트레스는 주로 가정 폭력이나 가족 살해 등과 같이 외부적인 폭력으로 연결되면서 주목을 받는 대신,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내적으로 진행돼 비교적 관심의 폭이 좁다. 산후 도벽이나 영아 살해 정도가 발생해야 그나마 주목받는 실정이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스트레스와 범죄에 대한 관심은 적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화병’이라는 독특한 병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겠는가? 또한 여성 스트레스에 대한 언급을 할 때면 거의 따라다니는 것이 ‘호르몬’에 대한 언급이다. 남성들의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제도, 경제적 불안 등에 관련된 것이라면 여성들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주로 ‘호르몬’ 변화에 따른 심리적인 이유를 주목한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성차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성 못지않게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오죽했으면 결혼을 포기하는 여성이 속출하겠는가? 그래서 영아 살해는 여성들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일종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베로니크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것이지만 필자가 추정하기에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베로니크와 같은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할 것이다.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돌파구가 별로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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