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3년 전 ‘현충원에 좋은 자리 남아 있나’ 묻더라”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5.11.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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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YS 묏자리 선정한 황영웅 영남대 교수
11월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지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준용

“보이지? 저게 봉황 알이야.” 김영삼(YS) 전 대통령 묘지 조성 작업 현장 총책임을 맡은 황영웅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풍수지리 전공 교수는 국립서울현충원의 YS 묏자리 주변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돌덩이 몇 개를 가리켰다. 돌덩이는 모두 타원형 구(球) 모양이었다. 포클레인 두 대가 이 돌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11월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YS 묘소 조성 작업장에서 시사저널 취재진과 만나 “YS 묏자리는 풍수학으로 쳤을 때 봉황새 왼쪽 날개 안쪽이 품고 있는 곳”이라면서 “봉황 오른쪽 날개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묘가 있고, 심장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YS의 묘소는 DJ 묘소, 박 전 대통령 묘소와 삼각형을 이룬다. YS묘소는 현충원 장군 제3묘역 오른쪽 능선에 조성됐다. 이곳에서 DJ 묘소는 남동쪽으로 300여 m 떨어져 있다. 박 전 대통령 묘소도 YS 묘에서 북동쪽으로 비슷한 거리다.

황 교수는 풍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사다. 2009년 DJ가 서거했을 때도 묘지 선정과 공사 책임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육영수 여사의 묘소 보강 작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 황 교수는 “DJ는 내 제자와 건너서 인연이 있었고, YS는 10여 년 전부터 가끔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던 인연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관(地官)으로 지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YS “이제 늙어서 갈 자리가 있어야 할 텐데”

풍수지리학은 언제부터 공부했나.
죽지 않으려고, 내 병 고치려고 시작했다. 나의 가족, 조상님 대다수가 마흔다섯 살 전에 돌아가셨다. 원인을 찾으려고 풍수학을 연구했다. 삼성 총수 일가 묏자리를 봐줬던 장용덕 선생 등을 스승으로 모셨다. 50년간 풍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조상님보다는 오래 살게 된 거 같다. 내가 지금 일흔두 살이니까.

YS 묘소 선정을 맡은 계기는 무엇인가.
10여 년 전부터 가끔 YS의 상도동 자택에 가서 인사를 드렸다. 아는 어르신 인사할 때 같이 갔던 걸 계기로 명절이나 일 있을때 문안인사 드리러 찾아뵀다. 말씀 많은 분이 아니었다. 밥 한번 같이 먹어봐야 몇 마디 못 나눴다. 그런데 3년 전인 2012년 각하(YS)한테 인사드리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에게 말씀하시더라. ‘여기(국립현충원) 아직 좋은 자리 남아 있나. 나도 이제 늙어서 갈 자리가 있어야 할 텐데…’라고. 그래서 내가 ‘예. 찾아보겠습니다’라고 했다.

YS의 말년을 가까이서 본 셈이다. 어떻게 기억하나.
말년에는 고요하게 여생을 보내려고 애를 쓰셨다. 희로애락에 흔들리지 않았다. 조용하게 땅으로 돌아가는 영혼으로 보였다. 자주 뵌 것은 아니지만 자택에 방문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본인이 이제 그만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YS 같은 분들은 묻혀서도 자연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YS 묘소가 봉황 날개 부분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풍수지리에서 회룡고조(回龍顧祖)라고, 산의 지맥(支脈)이 빙 돌아서 본산(本山)과 서로 마주하는 지세가 있다. 그게 이곳 현충원의 YS 묘소를 비롯한 대통령 묘소다. 서울 봉천동, 숭실대를 거쳐서 지맥이 빙돌고 현충원 대통령 묘역 쪽을 감싸안고 있다. 이곳이 동작릉(陵)으로 불렸는데 공작 또는 봉황이 물고기 잡으러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알을 품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YS 묘소가 차남(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이 잘되는 자리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런 논리는 전혀 있을 수 없다. 명당이라고 하는 것은 시신이 들어가서 후대에 복을 미치는 이상적 조건을 말한다. 조금 차이는 있더라도 복이 어느 자손에게 덜 가거나 더 가게 되면 명당(明堂)이라고 하겠나. 명당일수록 자손이 골고루 다 좋은 것이다.

2009년 DJ 서거 당시에도 묏자리 선정과 조성을 맡았다.
그때는 YS 때랑 경우가 달랐다. 우리 제자 중에 동교동계 DJ 보좌진이 있었다. 그 제자가 국립현충원에 명당이 있다고 DJ가 살아계실 때 보고를 드렸다. 내가 좋은 자리라서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그 제자가 살짝 빠져나가서 보고한 것이다. 그래서 들켜버렸다. 들켰긴 했지만 사실 좋은 묏자리가 임자 찾은 거다. 원래 숨길 명당이었는데, 임자가 나타나서 인연이 돼버린 거라고 본다. 갈 사람한테 갔다.

풍수지리학적으로 DJ·박정희·이승만 등 다른 대통령 묘소는 YS 묘에 비해 어떤가.
다 같이 봉황이 품은 자리다. 박 전 대통령 묘소는 봉황이 가슴에 품은 알이다. DJ,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지는 오른쪽 날개다. 누구는 좋다, 누구는 나쁘다고 하면 되겠나. 다 똑같이 봉황이 품은 것인데….

“육 여사 묘소 공법이 잘못됐었는데 바로잡아”

11월24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난 황영웅 영남대 교수. © 시사저널 박준용

항간에 육영수 여사 묏자리를 잘못 썼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묏자리를 잘못 쓴 건 아니다. 공법이 잘못됐다. 주변 땅을 다스리는 방법이라든지, 지키는 방법이 잘못돼 묘소가 불안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1년 전쯤에 폭우가 와서 육 여사 묘소 주변에 산사태가 났다. 그때 육 여사 묘소 보완 작업을 하면서 불안정한 것들을 바로잡았다. 당시 국립현충원 작업팀과 함께 나도 참여했다.

대통령의 묘소는 왜 일반인과 달라야 하나.
나라를 다스렸던 분의 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에 기운이 간다. 생전에 나라에 크게 이바지한 분은 살아 있을 때 족적처럼 영혼도 크다. 이런 분들한테 명당은 자기 집안만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다. 다스렸던 백성과 나라에 좋은 것이다. 그래서 높은 사람 묏자리 일수록 잘 써야 좋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언에 따라 화장했다. 요즘은 화장도 많이 하는데.
땅에 묻는 것은 자연스럽고, 화장은 인위적이다. 하지만 환원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어디가 나쁘다, 좋다 하는 것은 설명이 어렵다. 장단(長短)이 있다. 묘를 쓰는 것은 풍수의 영향을 받아 부정적일 수 있고, 화장하는 것은 영혼이 불안정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국립현충원에 남은 좋은 자리가 또 있나.
여기서 이야기할 수 있겠나(웃음). 임자가 나와서 하늘이 아는 사람이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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