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의 누나 ‘건물주 갑질’ 논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12.01 17:29
  • 호수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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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숙씨 소유 청담동 빌딩에 세든 병원 “서씨 측이 불법 증축 제안했다”
서울 중구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있는 시그니쳐타워 전경. © 시사저널 구윤성 인턴기자

아모레퍼시픽 오너 일가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누나인 서혜숙씨가 자신의 빌딩에 입주해 있는 M 병원에 불법 확장을 제안했고, 이행강제금 대납을 시킨 후에도 자신의 건물 공실의 추가 임대를 위해 확장 부분을 다시 철거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M 병원은 3000여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을 뿐만 아니라 병상 수 부족으로 의료법상 병원급 기준에 미달돼 영업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현재 M 병원은 서씨가 계약해지를 해주지 않자 서씨를 상대로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서씨가 전기세를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4년간 2500여 만원을 횡령한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8년간 방문판매 특약점 영업사원을 멋대로 재배치해 공정거래법 위반(거래 관련 지위 남용)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면접자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을 물어 ‘채용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중국사업의 호황으로 한때 ‘황제주’에 등극했던 아모레퍼시픽이지만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으로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건물주 서씨가 불법 증축 책임 떠넘겨”

서씨는 서 회장의 둘째 누나로 2010년 1월 설립된 부동산 임대업체 ‘큰소나무’의 대표를 맡고 있다. 큰소나무는 2013년 아모레퍼시픽 그룹으로부터 친족 계열 분리됐는데, 사내이사에는 두 아들이 등재돼 있고 남편인 김의광 목인박물관 관장이 감사를 맡고 있다. 서씨 일가는 강남 등지에 다수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동수골프빌딩을 266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 중 문제가 된 곳은 큰소나무 본사가 위치한 청담동 S 건물이다. 김씨가 소유하고 있던 이 빌딩은 지난 5월 장남에게 증여됐다.

M 병원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S 빌딩의 5개 층을 임차했다. 임차 당시 S 빌딩은 공간부족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기준에 미달된 상태였다. M 병원 측은 “병원 설립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건물주 대신 미달 항목을 개선하려고 엘리베이터 교체, 소방시설, 장애인시설 등을 마련했다”면서 “이때 서씨 측에서 불법 확장을 제안했다. S 빌딩에는 겉에서는 표시 나지 않게 돼 있지만 내부적으로 5~10평씩 빈 공간이 존재해 불법 확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M 병원 측이 불법건축이라 망설이자 서씨 측에서 “청담동 건물은 다 그런 식으로 불법 확장을 하는데 적발되어도 벌금 내면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우리(서씨) 건물들도 다 그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불법 확장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건물주라는 갑의 위치에 있던 서씨 측은 불법 건축이 적발됐을 경우에 모든 책임은 M 병원에 있다는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결국 M 병원의 불법 건축은 입주한 지 3개월 후 관할 관청에 적발됐고, 3470여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게 됐다.

심지어 서씨 측은 이행강제금 납부 후 확장 부분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실로 돼 있던 다른 층에 임대를 놓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M 병원 측은 “이로 인해 병원급을 유지할 수도, 의원급으로 전환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병원 시설비로 10억원을 투자했으나 더 이상 합법적인 의료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면서 “현재 병상 수 규정 미달로 행정처분과 경찰 고발이 된 상태다. 재벌가의 사람들이 건물주라는 지위로 임차인을 농락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해 서씨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불법 증축을 종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 M 병원 측이 스스로 한 일이다. 모든 것은 법정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S 빌딩 외에도 서씨 일가가 소유한 빌딩들은 대부분 위반건축물로 강남구청에 등재돼 있다. 특히 이 건물들은 위반건축물 등재와 해제, 재등재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불법 건축이 적발됐을 경우 시정하고 관할관청에 신고하면 위반건축 등재가 바로 삭제되기 때문인데, 등재와 해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적발 당시에만 임시방편으로 철거를 했다가 다시 불법 증축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임대료가 이행강제금보다 많고, M 병원의 경우처럼 이행강제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해버리면 건물주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전형적인 ‘갑질’의 행태인 것이다.

“2500만원 전기세 사기, 법적 책임 물을 것”

또한 M 병원 측은 서씨 측이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건물 공용 부분의 전기요금을 전가했다며 서씨와 남편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M 병원 측이 모두 504만여 원의 전기세를 부당 납부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서씨와 김씨가 이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M 병원 측을 기망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M 병원 측은 “추가 조사를 통해 병원이 입주한 시기부터 매월 100만원 정도의 전기세 편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서씨 측이 주장하듯이 관리소장의 실수가 아닌 건물주의 계획적인 횡령이다”면서 “현재 항소를 한 상태에 있다. 서씨 소유 빌딩에는 우리 외에도 10곳 이상의 임차 사업주가 있기 때문에 추가 범행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 빌딩 내 C 피부과와 K 스포츠 업체에 대해서도 전기료 등의 편취가 발각됐다.

서씨의 갑질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M 병원에서 일하던 청소부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닦는 과정에서 건물 바닥에 얼룩이 생겼다. 그러자 서씨 측은 관리소장을 통해 얼룩을 깨끗이 제거하라며 돌바닥을 갈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M 병원 측은 “이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서씨 측에서 청소부를 따로 불러 압박을 하기도 했다. 그 상황이 병원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 5월 아모레퍼시픽 액면분할 결정 후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구설에 오른바 있다. 액면분할 후 주가가 최고점을 찍기 시작한 시점에 주식을 매도하면서 수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더구나 아모레퍼시픽이 이 사실을 매도 9일 후 공시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서씨는 2013년과 2014년에도 주가가 대폭 오른 시점에 매도에 나서면서 수십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10위권에 드는 명실상부한 대기업이다. 금수저 논란으로 서민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현재, 오너 일가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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