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리더십] 위기는 리더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 김성회 | CEO리더십연구소장 (.)
  • 승인 2015.12.03 21:08
  • 호수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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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위기)와 crisis, ‘위험과 기회’ 사이에서 절체절명의 외줄타기 순간 뜻하는 공통점

“위기란 무엇인가. 첫째는 위기인데도 위기인 줄 모르는 것, 둘째는 위기인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셋째는 리더 혼자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유재석씨가 한 말이다. 예능 프로에서 나온 말이지만 리얼로써 위기의 본질과 리더십을 적확히 지적하고 있다. 위기는 리더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위기(危機)란 한자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상황이 경고 포스터처럼 선명하게 담겨 있다. 위태할 위(危) 자는 가파른 절벽(?) 위에 위험하게 사람(人)이 부들부들 떨며 서 있는 모습과, 이미 절벽(?)에서 굴러떨어져 다쳐서 쪼그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인 액(厄)이 합쳐져 있다. 액운(厄運)은 불행, 나쁜 운이다. 위(危)는 이미 한 사람이 절벽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또 한 명의 백척간두 위급 상황이 더 발생할 찰나를 포착한 글자다. 위(危) 자를 보기만 해도 조마조마해지면서 손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는가. 

위기(危機)란 한자어는 절체절명의 외줄타기 순간을 뜻하는 절박한 상황이 담겨 있다. ⓒ 연합뉴스

다음엔 기(機)를 살펴보자. 機는 나무 목(木)과 기미 기(幾)로 구성되었다. 기(幾)=?+?+戈(창 과)+人(사람 인)으로 분해해 볼 수 있다. 실마리 요(?)가 두 개 그려졌고, 오른쪽의 과(戈)는 베틀의 모습이 변형된 것이며, 왼쪽 아래의 사람(人)은 베틀에 앉아 베 짜는 사람의 모습이다. 베틀은 주로 나무로 만들었다. 그래서 후에 나무 목(木)이 붙어 기(機)가 되었다. 幾는 가늘고 작은 실들을 엮어서 작업을 한다는 의미다. 또는 幾를 지킬 수(戍)+실마리 요(?)의 구성으로 해석하는 주장도 있다. 즉  방어전선이 실처럼 약해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어서 미약하고 위태위태하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말처럼 쉽지 않아

영어로 위기는 crisis다. ‘위험과 기회’ 사이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외줄타기 순간을 뜻한다는 데서 그 어원은 일치한다.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krinein의 라틴식 명사형 crisis가 영어로 들어와 ‘위기’라는 뜻으로 쓰인다. ‘결정적’을 뜻하는 critical, ‘판결이 내려졌다’는 데서 범죄자를 뜻하게 된 criminal과 사촌 단어다.

1600년대 영국에서부터 대기업·의회 등 대형 사회조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 ‘경영’이라는 개념은 없었던 영국인들은 사회조직을 인체에 비유해 표현했다. 1600년대 중반 영국 의회와 왕권이 치열하게 다투다가 영국 의회가 위기에 빠지자 러시워스라는 사람이 ‘이 시점이 영국 의회의 crisis로, 의회라는 것이 살아날 수 있을지 죽어서 소멸할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로 어떤 사업체·조직·국가 등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소멸할지 결정되는 시점, 즉 큰 고비를 crisis라고 표현하게 되었다.

흔히 ‘위기를 기회로’란 말을 인용하지만, 말처럼 위험이 기회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기도 하지만 산사태가 나서 흔적도 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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