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시대 용병이 뜬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12.10 16:44
  • 호수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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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경호, 시설 경비, 해상 경호까지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된 민간군사기업의 실체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일부에서는 ‘용병’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풀이하자면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을 말한다.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정규군과 달리 이윤을 추구하지만, 용병과 달리 자국법과 현지법의 제한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10여 개의 PMC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군인공제회가 PMC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역시 ‘죽음의 상인’ 대열에 합류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PMC란 무엇이고, 현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총탄이 난무하는 곳에서 고용주를 보호하라

2010년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기를 띠던 때였다. PRT팀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 차리카르 시는 바그람 기지와 차로 4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건설자재 등을 싣고 바그람 기지를 오가던 PRT 차량에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들의 박격포 공격이 가해졌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도로가 5m 정도 움푹 파이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다행히 폭격은 차량을 빗나갔고, PRT 차량은 무사히 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당시 PRT 차량의 호위와 인솔 업무는 국내 PMC가 맡고 있었다.

ⓒ AP 연합

중동 현지에서 미군은 늘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된다. 미군이 지나가면 갑자기 총격이 가해진다. 이 때문에 미군은 대낮에 거리를 지날 때도 완전무장을 한 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군에 대한 현지 무장 세력들의 공격이 가해졌을 때 주변에 있는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 점을 항상 경계했다. 어느 곳에서 교전이 벌어졌는지 정보를 재빨리 입수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정규군의 인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해준 것이 현지에 파견된 PMC였다.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이 거리에서 우연히 미군 차량과 마주쳤다. 예외 없이 미군과 무장 세력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당시 경호를 맡고 있던 국내 PMC는 한국 민간인들이 무사히 현지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PMC는 이를 재빨리 한국군에 알려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들의 테러가 빈번해지면서 PMC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 AP 연합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늘어나면서 개인 경호 업무도 PMC들의 중요한 임무가 됐다. 개인 경호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된다. PMC 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경호 대상과 함께 출발해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3대의 차에 나눠 탄다. 가운데 차량이 방탄차로 경호 대상자들이 탑승하게 되고 험버 장갑차 등이 선두를 맡게 된다. 앞뒤 차량에 탑승한 PMC 직원들은 AK-47 등으로 완전무장하고 경호 대상자와 함께 방탄차에 탑승한 직원들 역시 권총 등을 소지하게 된다.

현지 시설 경비도 PMC의 주요 업무다. 건설 현장 등에서 24시간 경비를 서게 되는데, 현장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팀장을 비롯해 국내 인원 10여 명이 파견된다. 국내 직원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게 되는데, 각 직원당 현지 직원 10여 명을 관리하게 된다. 시설 경비를 담당했던 PMC 관계자는 “시설 경비는 초소당 거리와 투입될 인원까지 모두 PMC가 담당한다. 시설 주변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기 때문에 현지에 대한 이해력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위험한 시기는 중동 전역에 반미·반서양 정서가 고조됐던 때다. 중동 현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PMC 관계자는 미국 본토에서 이슬람 경전을 불태웠던 2011년을 꼽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 각지에서 격렬한 사위가 발생했다. 당시 현지에 있었던 PMC 관계자는 “중동 현지 분위기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당시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2004년 김선일씨 피살 사건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해상 경호도 PMC의 활동 분야다. 인도양·홍해 등에서 활동하는 해적들로부터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해적들과 PMC 간의 교전도 종종 일어나곤 했다. 해상 경호 업무를 맡았던 PMC 관계자는 “상선 앞뒤로 무장한 직원이 탑승한다. PMC가 있는 것을 알면 해적들도 이내 포기하지만 실제로 위협사격이 발생할 때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PMC의 목적은 해적 퇴치가 아닌 상선 보호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파견된 국내 PMC 직원(가운데). ⓒ BULLET-K 제공

AK-47·글락으로 무장, 방탄복에 방탄차까지

이처럼 PMC의 역할은 개인 경호에서부터 시설 경비, 해상 경호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이후 이라크 전후 재건 사업을 위해 국내 기업이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PMC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이라크 등지에 진출했던 PMC 관계자는 “현지 발주처를 통해 국내 기업이 계약을 따내면 PMC들이 해당 기업에 현지 경호·경비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리아·리비아 등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나라의 경우 외교부나 국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의 절차가 모두 끝나면 현지에서 먼저 진출해 있는 외국계 PMC나 현지 업체와 합작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이때 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고 설명했다.

경호를 위한 장비는 대부분 현지에서 임차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기본적으로 방탄복과 방탄차량을 완비하고 AK-47과 베레타나 글락 등 권총으로 무장한다. 무기를 지급받으면 현지 경찰서 등 관할 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PMC 직원들은 대부분 육군 특전사, 해군 UDT와 UDU, HID 등 특수부대의 부사관 출신들로 구성된다. 한 팀은 대략 10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시설 경비를 맡게 될 경우 현지 인원을 100명 이상 고용하기도 한다.

PMC 직원들은 현지에 파견되기 전 체력 훈련과 현지화 교육 등을 받게 된다.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팀장으로 활동했던 한 PMC 관계자는 “체력 훈련을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현지화 교육에 중점을 둔다. 이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면서 “그 밖에도 위생과 작전 당시 동선 등에 대한 사전 교육도 이뤄진다. 현지에 투입되면 팀장은 매일같이 팀원들의 심리 상태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PMC는 군사 활동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투 활동을 수반한다. 그러나 PMC의 활동이 단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군수품을 납품하고 부대시설 건설, 정비 및 기술 지원, 물자 수송 및 폐기물 처리 등 ‘군사 지원 회사’의 성격도 갖고 있다. 또한 보안 시스템을 지원하고 위기관리 컨설팅 및 군사 계획을 제공하는 등 군사 ‘컨설팅회사’의 역할도 수행한다. 실제 국제 PMC는 다국적 대기업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KBR사는 43개국에서 6만여 명을 고용한 군사기업이지만, 물류 및 유통, 건설과 정비, 식음료 등 군수품 납품으로 더 큰 재미를 보고 있다. PMC 관계자는 “중동에 파견된 미군들의 한 끼 식사비가 20달러에 이른다. 이를 KBR사가 전부 납품하고 있다”면서 “수익은 경호·경비 등 군사 활동에서보다 군수품 납품 등에서 더 크게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MRPI사는 남미 마약전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미 육군 헬기 비행훈련의 70%를 담당하고 미국 내 220개 대학의 ROTC를 운영하는 등 직접적인 군사 활동 이외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PMC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군인공제회가 일찌감치 비전투 분야 아웃소싱 형태의 군사 지원 기업을 운영해 2014년 한 해 매출 1조2233억원 중 12.7%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PMC의 해외 시장 진출이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PMC 분야 1세대로 평가받고 있는 한 관계자는 “국내 PMC는 해외 기업과 비교해 규모나 능력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국내 PMC는 아직까지 PSC(Private Security Company, 민간경호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언어와 실전 능력 문제로 해외 PMC에 들어간 한국인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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