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추구 위해 사적 폭력 정당화할 수 있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12.10 16:48
  • 호수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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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활성화, 부정적 인식과 법·제도 미비 등 걸림돌

군인공제회가 민간군사기업(PMC) 진출을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군인과 군무원 17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군인공제회는 우리 군의 전력 향상과 군인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만성 적자로 골머리를 앓아온 군인공제회가 수익성만 좇다가 특혜 시비와 윤리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MC(Private Military Company)는 군사훈련, 군수 지원, 장비 임대, 전투 활동 등 다양한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을 말한다. 중동 지역의 정정(政情) 불안과 소말리아 해적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다 테러 가능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對)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PMC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PMC의 역할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군사 지원과 군사 자문, 그리고 군사 공급이다. 군사 지원은 군수품을 납품하거나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등 지원 업무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군인공제회 산하 사업체에서 군사 지원 일부를 맡고 있다. 제일F&C가 식품·피복, C&C가 정보 유지·보수, 공우이엔씨가 시설 관리를 대행하고 있다.

미국의 PMC 블랙워터 요원들이 이라크에서 유력 인사를 경호하고 있다. 민간인 사살 혐의를 받은 블랙워터는 이라크 정부에 의해 면허가 취소됐다. ⓒ EPA 연합

군사 자문은 말 그대로 컨설팅 업무를 얘기한다. 이라크 진출 기업의 경비를 맡거나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는 일은 군사 공급 영역이다. 오일 파이프라인과 시추시설 등 국가 중요 시설을 경비하는 시설물 방호, 수송 차량 행렬 및 항행 선단을 보호하는 콘보이 작전, 주요 인사를 보호하는 VIP 경호 등 무장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병력 감축 보완책으로 PMC 활용

세계적으로 PMC 시장은 확대 추세를 이어왔다. 500여 개 기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현역 대비 민간 계약자 비율이 50 대 1이던 것이 2005년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3 대 2로 급성장했다. 대형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KBR사의 경우 43개국에 6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보름 내에 2만5000명의 병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MPRI사는 미국 220개 대학에서 학생군사훈련단(ROTC)을 담당하고 있고, 10개 주에서 60개의 모병소를 운영하고 있다. 마약퇴치군 훈련, 마약 재배 지역 정찰 등 남미에서 벌어진 ‘마약 전쟁’에 참가하기도 했다.

PMC의 세계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1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매출 규모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0%가량이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PMC는 활동하는 해당 국가의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내 기업이나 한국인의 민간 군사 활동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없다. 하지만 활동 지역이 해외일 때에는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라크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 PMC 활동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없었다. 연합군정청 명령 제17호에 따라 미국인이나 미국 정부에 의해 고용된 기타 국가 국민은 이라크 법률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SOFA(주둔군지위협정) 규정이 개정되면서 모든 PMC가 이라크 국내법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됐다. 실제 잘나가던 미국의 PMC 블랙워터(현 Xe서비스)는 이라크 정부에 의해 면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미국은 자체 군사력이 충분한데도 대외 군사 협력 수단으로 PMC를 적극 활용해왔다. 해외 군사 지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군(減軍) 정책을 펼쳐야 하는 딜레마를 PMC를 통해 해결해온 셈이다. 초기에는 군사적 부담이 적은 국내 병참 지원 분야에서 활용했는데, 점차 교육·훈련과 첨단 무기 운영·관리 분야로 확대했다가, 지금처럼 해외에서 작전 중인 미군에 대한 지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PMC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병력 감축을 거론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30’에 따르면, 현재 63만여 명인 병력 수는 2030년 52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 군인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인공제회가 ‘민간 군사기업 사업 추진 방안’을 통해 밝힌 ‘PMC의 기회 창출 분야’에는 평시 부대 보안 및 경비 위탁, 제대별 수송부 및 취사장, 군사우체국 운영 지원, 폐(廢)탄약의 비(非)군사화 처리 및 재활용 사업, 군 유휴지 및 직접 운영 제한분야 개발 사업, 해외 파병군 지원, 지뢰 및 폭발물 제거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하지만 국내에서 PMC가 활성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PMC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쌓아온 ‘죽음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규제는 물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PMC는 전쟁법과 제네바 협약의 대상이 아니라서 PMC 직원은 전쟁포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파견 국가로부터 내정에 간섭한다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국내 민간 경비업을 시작으로 경쟁력을 쌓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PMC가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내전에 개입한 적이 있었다. 이때 내전 당사국은 국제사회에서 남아공 정부가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자국 PMC에 대한 해외 영업 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제정했고, 남아공의 PMC들은 국내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진출해버렸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국가 차원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PMC 활동을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PMC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고 해도 이윤 추구를 위해 사적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윤리적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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