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분쟁 승기' 신동빈, 친정체제 구축 가속화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2.22 16:11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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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호텔롯데 상장신청, 월드타워 상량식, 그룹 인사 등 줄줄이 진행
사진=롯데물산

신동빈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22일 잠실 월드타워 외관 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상량식을 단행했다. 전날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데 이어 조만간 신동빈 체제 첫 그룹 인사가 예정돼 있다. 신동빈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신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날 참석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그는 "월드타워 건설은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월드타워가 있기까지 모든 열정을 쏟으신 것에 대해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에 랜드마크를 남기겠다고 말씀하신 아버지 뜻에 따라 세워진 월드타워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받는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30년 동안 꿈꿔온 월드타워가 신 회장 손에 의해 완성되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최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데 이어 전통성까지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신 전 부회장이 소송과 여론전을 통해 공세를 펴며 수세적 머물던 것과 달리 최근엔 역공을 펴고 있다. 신 회장의 자신감 있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부분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달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진행된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해임무효 소송에서 재판부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판단력 이의 제기를 했다. 재판부는 롯데 측에 증거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5일이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롯데쇼핑도 한국 법원에서 지난 2일 회계장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리 공판에서 판단력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7월말 언론보도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롯데 측이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롯데그룹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데에는 신 회장의 결심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더는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경영진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한 상황이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하고 보격적인 수사에 들어선 상황이다.

신 총괄회장 여동생 신정숙씨가 지난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한 것도 신 회장 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신씨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며 신 회장을 포함한 신 총괄회장의 부인과 자녀 등 5명을 후견인으로 신청했다. 가정법원은 현재 사건을 배당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최종 판단까지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21일 한국거래소에 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호텔롯데는 상장심사 간소화제도(패스트트랙)을 통해 내년 3월 정도에 상장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사수를 자신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잃으며 당초 예상보다 공모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측이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통해 순환출자고리 해소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하지만 롯데 측은 당초 신 회장 약속대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후 한국 증시에 롯데정보통신을 상장하고 일본 증시엔 제과업체 '롯데'의 상장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기업 투명성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속적으로 계열사 상장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 회장은 올해 안에 단독체제 후 첫 그룹 인사를 단행해 친정체제를 더욱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 특허권 사수 실패가 있었지만 신 회장 스스로 '본인 책임'을 언급한 상황에서 견책성 인사는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직후 롯데그룹 임원진들은 '신동빈 체제 지지'를 선언하며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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