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우證 인수…증권업계 ‘지각변동’
  • 하장청 기자 (jcha@sisabiz.com)
  • 승인 2015.12.24 14:34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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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회장, “마지막에 웃었다”
KDB대우증권 본사 전경 / 사진=뉴스1

미래에셋증권이 결국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았다.

24일 KDB산업은행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 박현주의 ‘신의 한 수’ 통했다…과감한 베팅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2조4000억원대의 입찰가를 제시하며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의 2조3000억원대, KB금융지주의 2조1000억원대에 비해 과감한 베팅을 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본입찰가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번 본입찰의 매물건은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KDB대우증권 보통주 1억4048만1383주(지분율 43%)와 산은자산운용 보통주 777만8956주(지분율 100%)다. 장부가만 1조8335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조원대가 예상됐다.

지난 21일 KDB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 KB금융,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최종 참여했지만 이사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도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활용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B, 한투, 미래에셋 3곳 모두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란 비가격 부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최고가로 입찰함에 따라 매각가치 극대화와 국가계약법상의 최고가 원칙을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승부수 기질과 투자 판단이 KDB대우증권 인수로 이어졌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호평했다.

배경엔 박 회장의 뚝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자기자본을 연말까지 1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하고 지난 9월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KDB대우증권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한국을 대표해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뛰어들고 있는 박 회장의 승부수가 통할 것인지 관심도 높다.

◇ ‘메머드급’ 초대형 증권사 탄생…합병 시너지는?

금융투자업계는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 가져올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규모 4위인 미래에셋증권과 2위 KDB대우증권이 합병을 통해 단숨에 명실상부한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각각 3조4620억원, 4조3967억원이다. KDB대우증권 합병을 통한 총 자기자본 규모는 무려 7조8587억원에 달한다.

총자산도 ‘메머드급’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총자산 규모는 63조5976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NH투자증권의 자산규모 43조3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양사의 시너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WM)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KDB대우증권은 전통적으로 리서치, IB,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투자컨설팅 등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지점 통합 대형화, 본사 지원조직을 합친 법인영업 강화 등 총체적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직 통합은 향후 1년 동안 시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며, 2017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직원 완전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산은자산은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독배’될까?...’첩첩산중(疊疊山中)’

매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 대상자로 확정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있다. KDB대우증권 매각을 둘러싼 잡음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를 앞두고 노동조합의 반발도 한층 거세졌다. 이는 대형증권사의 무자본인수(LBO) 비판과 구조조정 우려 때문이다.

지난 23일 KDB대우증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예정된 실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 조합원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완전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인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인수자금 역시 KDB대우증권 자산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차입해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의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합병 이후 ‘제 살 깎아먹기’식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경우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에서 각각 412명, 196명의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전배송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 시너지와 자본력을 활용한 IB 역량 검증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노조 협의와 화학적 결합이란 과제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5영업일 이내 입찰가격의 5%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야 한다. 이날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상세 실사와 추가 가격 협상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순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인수대금을 납입하면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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