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인물] ‘동양인 야수’ 성공 어렵다던 편견 날려버리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12.24 18:41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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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왕 후보 3위에 오른 피츠버그의 강정호

2015년 한국 스포츠계에는 또 한 명의 선구자가 탄생했다.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 내야수 강정호(28)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프로야구(KBO) 출신 야수로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선수로 기록됐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3위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KBO에서 MLB로 직행해 성공을 거둔 선수로는 류현진(LA 다저스·28)이 있었으나, 그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투수였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33)와 최희섭(은퇴, 36) 등 성공한 메이저리그 야수들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야수 출신이 MLB에서 성공하기 어려웠던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 출신 중 MLB에서 성공한 야수는 스즈키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 정도만이 거론된다.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MLB에서 동양계 야수가 성공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당초 성공 가능성이 절반도 안 된다는 예상을 뒤엎고 강정호는 타고난 실력과 엄청난 노력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주전 내야수 자리를 꿰찼다. 이러한 강정호의 활약은 KBO 출신 야수들에 대한 MLB 구단들의 편견을 지워버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 내야수 강정호(28) ⓒ 연합뉴스

부상당한 채 등장…동료·홈팬들 뜨거운 박수

2015년 10월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식전행사가 열렸다. 여기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강정호에게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장면은 이제 그가 단순히 한 명의 신인 선수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강정호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9월18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 1회초 수비 도중 거칠게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주자 크리스 코글란에게 부딪혀 왼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월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때마침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가 시카고 컵스였기 때문에 피츠버그 소속 선수들과 홈팬들에게 승리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강정호는 휠체어를 타고 식전행사에 등장했다. 그는 27번이 새겨진 자신의 유니폼과 검은 바지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왼쪽 다리를 높게 고정하고 3루 파울라인을 따라 등장했다. 강정호가 응원 수건을 흔들자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열렬히 환호했다. 동료들도 그를 반겼다.

강정호의 활약은 현지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12월4일 MLB 공식 홈페이지는 해외에서 MLB에 진출한 선수들의 첫 시즌 성적을 순위로 매겼다. 첫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준으로 뽑았고, 강정호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강정호는 올 시즌 4.0의 WAR을 기록했다. MLB.com은 “강정호는 KBO에서 3할5푼6리, 40홈런을 기록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과연 빅리그에서도 통할지 의문이 많았다”며 “하지만 강정호는 좋은 성적을 남기며 기대에 부응했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2016년 시즌에 4월이나 5월쯤 부상을 털어내고 리그에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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