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불씨’ 배임혐의, 네 차례 재판부 판단은?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2.25 11:02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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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액 '39억엔→산정 불가' 변경됐지만 일관되게 배임 인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 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은 대법원에서 배임 부분에 대한 판단만 새로 받게 된다. 앞선 네 번의 재판 결과는 배임 행위에 대해 일관적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꺼져가는 불씨지만 이 회장 입장에선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 회장 변호를 맡고 있는 안정호 변호사(김앤장)는 지난 15일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에서) 배임 부분이 무죄라는 취지로 다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앞선 9월 조세포탈과 횡령에 대해 이미 유죄로 판단했고 이 사건의 경우 형량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에는 배임죄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기업경영과 관련한 배임에 대해 '경영상 판단' 법리를 수용해 고의성 여부를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한 부분은 일본 도쿄 부동산 매입과 관련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12월 자신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팬재팬(Pan Japan) 명의로 일본 도쿄 아카사카 소재 빌딩과 부지를 매입했다. 

팬재팬은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도쿄지점으로부터 21억5000만엔(당시 환율 한화 약 16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CJ재팬(CJ Japan)이 도쿄 소재 CJ재팬 빌딩·부지에 대출금 전액(21억5000만엔)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8억4700만엔(당시 환율 약 223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년 뒤인 2007년 12월에도 팬재팬이 도쿄 아카사카 소재 센트럴(Central) 빌딩과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수법을 썼다. 팬재팬이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18억엔(당시 환율 한화 약 140억원)을 대출받을 때 또 다시 CJ재팬이 21억6000만엔(당시 환율 약 169억원)을 연대보증을 서도록 한 것이다. 

검찰은 기소 당시 연대보증금액 전액(50억700만엔)을 배임액으로 계산했다. 이 회장 측은 1심에서부터 배임액에서 구입 빌딩 가액 전액을 제외해야 한다며 맞섰다. 1심과 2심은 이 회장의 배임액을 대출금액인 39억5000만엔으로 판단했다. 다만 환율 적용 차이로 배임 액수는 각각 363억원과 309억원으로 다소 차이가 났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이 배임죄 성립에 대해선 다투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 회장이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지난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적용이 잘못됐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을 돌려보냈다. 특경가법은 배임액수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배임액이 5억~50억원 사이일 땐 '3년 이상 유기징역',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앞선 1~2심과 달리 배임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임액에 따른 가중처벌조항을 두고 있는 특경가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팬재팬이 대출금 상당부분을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빌딩들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었고 팬재팬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온 부분을 들어 잘못된 배임액 산정 근거로 들었다. 또 팬재팬이 채무 변제능력이 없거나 CJ재팬이 연대보증채무 이행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을 뿐이지 형법상 배임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형법상 배임 성립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도 지난 15일 이 회장 배임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는 동일하고 이득액을 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평가문제에 불과할 뿐"이라며 "사실관계는 이미 환송 전 항소심 양형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소부로 배당한 후 이 회장 측 변호인으로부터 상고이유서·답변서 등을 제출받아 사건에 대한 본격 심리에 들어가게 된다. 법률심인 상고심에선 원심의 법률 적용에 위법 사항이 없는지 여부만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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