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없는 '춘추전국시대'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2.25 11:54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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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적 항공사, LCC 등 항공시장 경쟁 더욱치열해질 듯

항공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던 항공 시장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가세로 균열이 일어났다. 해외 국적 항공사들도 호시탐탐 국내 항공 시장을 노리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각 항공사들마다 자리 찾기에 분주해졌다. 내년에는 시장이 더욱 세분화되고 항공사 전략도 치밀해질 전망이다.

◇장거리 전쟁···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VS 중동3사

항공업계에선 중동 3사(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를 황소개구리로 비유한다. 이들 항공사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점유하던 장거리 노선을 집어 삼킬 듯 성장하고 있다. 내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와 중동 항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항공사들은 세계 각국에 하루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값 싼 항공료로 환승 수요를 끌어 당겼다. 이들 항공사 지난해 국내 수송객은 68만5388명으로 2011년 50만5142명에서 35%나 늘었다. 이들 중 87%인 59만4000여명은 인천을 출발, 중동을 경유해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승객이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중단거리 노선을 저비용항공사에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미국 등 장거리 노선 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특히 장거리 노선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등 프리미엄 좌석은 항공사 여객 수입의 2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지키는 것이 급하다. 더구나 아랍에미레이트는 두바이 노선을 기존 주 7회에서 주 21회까지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 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행 국내 항공사 평균 탑승률은 60% 미만인데 반해 중동 항공사 탑승률은 80%에 이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 장거리 노선까지 잠식당할 위험이 있어 항공협정 개정과 같은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적 성장속 치열한 차별화···LCC VS LCC

LCC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장밋빛이 핏빛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준비하는 신규 LCC와 포화된 인기 노선 탓에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진한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에어부산에 이어 제2의 LCC 에어서울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비행기를 띄운다면 일본과 동남아를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존 LCC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인기 노선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도 LCC에 부담이다. 일본 오키나와와 태국 방콕에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대부분 저가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다.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는 베트남에도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이 앞다투어 손을 뻗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중단거리 국제노선은 저가항공사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일부 인기 노선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규 취항지 개발은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고 또 이익이 되더라도 다른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든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경쟁력 강화하는 대형항공사와 외형늘리는 저비용항공사

항공사들은 내년 전략 짜기에 분주해졌다. 성장에 앞서 생존부터가 시급하다.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줄어든 영업이익을 벌충해야 한다. 경쟁 상대에 앞서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한데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는 경쟁 항공사에 맞서 새 비행기 도입에 열중하고 있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서 최신 중단거리 비행기(B737MAX-8, A321NEO)을 각각 50대씩 구매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버스의 차세대 중소형기인 A321NEO25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저비용항공사 점유율 1위인 제주항공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항공기 와 운항승무원 교육에 필요한 시스템에 투자한다. 단일 기종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2020년까지 보잉 737기종을 40대까지 늘려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중국 내 신규 노선권 확보에도 힘쓸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는 틈새 전략을 짰다. 국내 LCC 업계 최초로 장거리 노선인 하와이 호놀룰루에 취항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에서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를 갖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중장거리 노선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다른 중장거리 노선도 취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항공사는 해외 국적 항공사와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기재를 도입하고 있고 저비용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해 할인, 이벤트 등 저비용항공사들이 쓰는 전략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비용항공사도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규 제작 항공기 도입, 신규 노선 개발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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