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출자 규율 제도 강화해야"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2.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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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양용현 ·조성익 연구위원 보고서 통해 주장

현재 법으로 금지된 상호출자, 순환출자 외에 기업집단의 출자 구조에 대한 추가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양용현 연구위원과 조성익 연구위원은 28일 ‘기업집단 출자 규율제도의 재검토 및 추가규율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우회출자나 계열사 지분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 순환출자 고리에 비계열 우호기업이나 위장계열사를 끼워넣는 방식과 같은 출자 양태도 조사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의 출자 구조를 규율하는 제도로는 1986년 도입된 상호출자 금지,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순환출자 금지가 있다.

기업집단의 출자를 규제하는 이유는 실제 자본이 투입되지 않고도 자본금 규모를 늘려 오너의 기업 지배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호·순환 출자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의 장기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현 제도에선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먼저 우회출자를 통한 가공의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

가령 한 기업집단 계열사 A1이 다른 계열사 A3에 유휴자금을 이전하려고 할 때 A1이 계열사 A2에 자본금을 이전하고서 A2가 해당 자금을 A3에 이전하면 자금은 A3에만 남게 되고 A2는 A3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그러나 A2에 자금이 남지 않는데도 A1도 A2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우회출자’가 발생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13년 12월 삼성그룹의 두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3010억원씩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출자했다. 같은 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 형태로 계열사 바이오에피스에 2980억원의 출자를 했다.

계열사 지분과 자사주 교환을 이용해 자본 이전 없이 의결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어느 기업집단의 계열사 B1이 다른 계열사 B2가 보유한 계열사 B3의 지분을 사들이고 B2는 B1으로부터 받은 지분매각 대금으로 B1의 자사주 지분을 매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이 B1으로부터 출발해 다시 B1으로 환급돼 실제 이동은 없지만 B2는 B1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2001년 3월6일 현대자동차 그룹계열사 A1은 계열사 A2에 3790억원을 투입해 A2가 보유한 계열사A3의 주식4973만주를 획득했다. 그러나 당일 A2는 1857억원을 A1에 환급하고 A1이 보유한 자사주1066만주를 넘겨 받았다.

우호기업, 위장계열사를 이용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와 D가 있고, 두 기업집단 사이에 모종의 우호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C의 계열사 C1이 또 다른 계열사 C2에 출자하고 C2가 D의 계열사 D1에 출자한 후 해당 출자금액을 D1이 C1에 되돌리는 새로운 순환출자고리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기업집단의 출자규율은 원칙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기 전까지 제도를 통한 규율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의 견제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규제 당국은 출자의 의도와 부작용을 검토하고 해당 기업집단의 항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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