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과제와 전망] 두산 첩첩산중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5.12.30 10:03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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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희생없는 구조조정 비난...면세점은 롯데·신세계와 경쟁
두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어려움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으로 촉발된 비난 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 축승연에서 축배를 드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모습. / 사진=뉴스1

두산그룹은 2000년대 들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룹의 외형은 1996년 매출 4조원대에서 2008년 23조원대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두산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20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으로 내몰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 신입사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했지만 희망퇴직에 대한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기업의 현실을 토로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를 통해 고배당 잔치를 벌여온 것이 밝혀지며 여론의 비난은 총수일가로 향하는 모양새다. 두산은 주력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 면세점으로 활로를 찾으려 하는 상황에서 차가워진 여론까지 살펴야 하는 숙제까지 안게 됐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직원수는 지난해 9월 5611명에서 올해 9월 5237명으로 374명 줄었다. 올해 9월 이후에만 천명 넘게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8233명이었던 직원 수가 올해 9월 7701명으로 532명이 줄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계속되는 중공업 분야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위기는 주력 시장인 중국 건설경기 침체가 결정적이었다. 2011년 17만대 정도였던 중국 내 굴삭기 판매가 올해 5만대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업체들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 사이에서 고전하며 시장점유율도 5년 사이 절반 이하인 7%로 떨어졌다. 위기 극복을 위해 주력사업인 공작기계사업부 매각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회복이 없다면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 2012년 이후 신규수주가 부진하며 3년 연속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주 회복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달리 내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그룹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인 '두산'을 통해 배당잔치를 벌여온 것이 알려지며 역풍이 불고 있다. 두산은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33명은 두산 지분 44.05%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6.8%를 갖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두산에 IT시스템 및 인프라 운영, IT 프로젝트 등의 대가로 2022억원을 건넸다. 두산중공업도 같은 명목으로 두산에 849억원을 지출했다. 두산은 지난해 827억원을 배당해 현금배당성향이 126.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총수일가의 고배당에 대해 그룹 내외부에선 "그룹 위기 속에서 총수 일가가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 획득으로 동대문 두산타워에 면세점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의 아들이자, 유명 광고기획자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를 겸임하게 됐다. 주력 사업 분야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는 면세점 사업에 대한 두산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재 시장에서 오래 전에 철수한 두산이 과연 면세점 사업 노하우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더욱이 면세점이 위치할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명동역과 회현역에 각각 롯데 면세점과 신세계 면세점이 위치해 있다. 두산이 유통시장의 강자인 두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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