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과제와 전망] SK, 인수·합병으로 위기돌파 시도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09:16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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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등기이사 복귀 후 기업 사들이기에 나설 듯

올해 재계 마지막 뉴스는 최태원 SK회장이 장식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의사를 밝히고 내연녀와 혼외자녀가 있음을 고백했다. 그의 편지 한 통은 연말을 맞아 차분했던 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악화될 경우 SK그룹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재계에선 반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이혼 자체가 어렵다. 노소영 관장이 공개적으로 이혼을 거부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SK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특이하게 두 사람 중 유책 사유가 없는 당사자가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여서 법적으론 이혼이 성사될 방도가 없다”고 전망했다.

설사 상황이 변해 소송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지배구조를 흔들 수준은 아니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SK가 통신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노소영 관장이 있었다고 해도 경영 기여분이 적고 회사를 키운 것은 결국 최태원 회장”이라며 “노소영 관장도 지배구조를 뒤흔들 만큼 무리한 요구를 하긴 힘들 것이고 결국 이번 이혼 사태가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혼사태와 그룹 경영은 별개 이슈란 것이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SK그룹에서도 지배구조 변동 등과 관련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이혼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도 2016년은 SK에게 쉽지 않은 한 해다. SK이노베이션은 저유가 행진 속에서 고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D램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중국 기업들이 추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관계당국의 인허가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SK관계자는 “만약 관계당국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해주면서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붙인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인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책임경영으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를 탈피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내년 초 주주총회를 통해 SK(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등기이사가 되면 책임경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M&A 등 과감한 경영활동이 가능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사면 이후 계열사 사장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나는 신이 아니다. 80개가 넘는 계열사들을 내가 다 챙길 순 없다. 다만 리스크가 큰 사업을 진행할 땐 나를 활용하라.” 기업 활동 중 리스크가 큰 대표적 사업은 인수합병이다. 2016년은 SK가 올해보다 더욱 적극적인 M&A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 적극적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SK가 주력계열사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여서 공정거래법상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필요성에 대한 그룹 내 공감대가 있어 결국 자회사로 승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가 계열사를 통한 투자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라며 “SK가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결국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을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통신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를 SK(주)로 합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내년에 당장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SK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합병을 한 배경은 매년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곳이 SK텔레콤이었기 때문”이라며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승격시키는 것 보다 그만큼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급하게 일을 진행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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