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난세를 살아가는 법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17:33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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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신년호 커버스토리를 뭘로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보통은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커버를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2016년 전망은 좀 달랐습니다. 2015년 말에 삼성그룹이 대거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 연령대를 20대로 끌어내렸습니다. 장사가 안 된다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닙니다. 이러다 2016년에 IMF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저희는 고심 끝에,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이미 일반인들의 체감경기는 IMF 때 못지않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IMF 같은 상황이 다시 닥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그때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그때는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나라가 부도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정부 재정이 튼튼했고 국민들도 벌어놓은 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여건이 정반대입니다. 게다가 소득 격차가 더 벌어져서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소득 불균형 2위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인드입니다. IMF 때 전국을 강타했던 ‘금 모으기 운동’ 기억하시죠. 나라 살려보려고 저도 그때 동참했습니다. 아이들 돌반지 등 금붙이란 금붙이는 다 팔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저희 집에는 금붙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IMF가 다시 온다면 이번에도 금 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IMF 이후 한국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외형상 국민소득은 늘었고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었지만 내면을 보면 불행감을 느끼는 국민이 대폭 늘었습니다. 이유는 다 아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공동체의식이 약화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체질화됐습니다. 한때였지만 나라가 부도나는 것을 목격한 후 이제는 더 이상 국가나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불교로 말하면 대승불교가 쇠퇴하고 소승(小乘)불교가 득세한 셈입니다.

현재로서는 2016년이 난세(亂世)가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누구 말대로 ‘난세는 약자의 지옥’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학의 발달 등에 힘입어 평균수명은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약자들이 살아남으려면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떻게 되겠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생각은 태평성대에나 통하는 방식입니다.

시사저널은 국민 대다수가 약자이므로 독자 여러분도 상당수가 그러할 것이라고 상정(想定)하고, 난세를 살아가는 노하우를 신년호 커버스토리로 준비했습니다. 자신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건너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면 사정을 감안해 최우선 순위인 가정경제 문제만 다뤘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콘텐츠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칙칙한 이야기를 꺼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오며 올 한 해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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