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오른 유전자 변형 고기, 먹을 수 있을까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18:24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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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M 연어 식용 승인…“안전성 검증 안 된 괴물 물고기” 우려도

‘유전자 변형’(GM) 곡물에 이어 GM 동물도 곧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연어가 빠르면 2년 이내에 미국에서 판매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5년 11월 세계 최초로 GM 연어의 식용 판매를 승인했다. GM 동물의 식용 판매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어(상품명 ‘아쿠아 어드밴티지’)는 캐나다 국적인 거스 플레처 아쿠아바운티(Aquabounty) 회장이 1989년 처음 만들었다. 이후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 미국에서 처음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다. 캐나다 프린스아일랜드에서 부화한 유전자 변형 알을 파나마에서 양식한 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GM 연어는 일반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2배 빠르다. 야생 연어가 시장에 출시되려면 3년 정도 걸리는데, GM 연어는 1년 6개월 만에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연어는 본래 겨울철에 성장을 멈추지만 GM 연어는 1년 내내 성장호르몬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북태평양 연어(치누크 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조작해 대서양 연어에 주입한 결과다.

부화 1년 만에 일반 연어(점선)보다 2배가량 빨리 성장한 유전자 변형 연어. ⓒ Aquabounty technologies

이 업체는 GM 연어가 맛과 영양가 면에서 일반 연어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사료량은 절반만 소비하면서도 일반 연어보다 빨리 성장하므로 양식업체는 큰 이익이고, 소비자도 일반 연어보다 저렴한 가격에 병원균이 없는 연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인 비용 대비 효율성 면에서는 최고인 셈이다. 이 회사의 로널드 스토티시 최고경영자(CEO)는 FDA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보도자료를 내고 “GM 연어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영양가 높은 연어를 공급할 것”이라며 “인공 수조에서 기르기 때문에 대양 오염도 없고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GM 연어의 식용 승인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에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은 GM 연어가 새로운 식품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GM 연어의 안전성 여부 등에 거부감을 보이는 쪽에서는 ‘프랑켄 피시(Franken fish)’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일부에서는 승인 취소 소송까지 진행할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성장 속도가 2배 빠르게 변형된 연어는 괴물 물고기나 다름없다”며 “아직 안전성 등 철저하게 따질 게 많은데 FDA가 성급하게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소비자의 관심은 과연 GM 연어를 먹어도 안전한지에 쏠려 있다. FDA는 GM 연어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일반 양식 연어와 비교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식용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시각은 엇갈린다. 약 20년간 콩·옥수수 등 GM 곡물을 먹어왔지만 아직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유전자 변형 생물체는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관점이 있지만, 유전자 변형 물질이 조금씩 체내에 축적되므로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GM 동물의 식용 승인은 각국의 몫이다. 캐나다는 GM 연어 식용 승인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방한한 캐나다 해양수산청 생명공학양식규제센터 로버트 데블린 박사는 “GM 연어 섭취에 따른 안전성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생선의 유전자를 변형시켰을 때 헤엄치는 실력, 면역력, 먹이를 구하는 행위, 교배 능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캐나다는 GM 연어의 유전적·형태적·행동적 특이성까지 자세히 살핀 후에 허가를 내줄 것”이라며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GM 연어에 이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GM 무지개송어도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생태계 교란 문제 해결해야”

이른바 ‘괴물 연어’가 일반 연어들이 사는 곳에 흘러가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데블린 박사는 “불임과 내륙 양식 등 GM 연어 관리 방식은 유용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며 “적은 개체 수라도 강이나 바다에 방류되면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M 연어는 야생에 방출될 위험이 없다는 게 아쿠아바운티의 입장이다. 로널드 스토티시 최고경영자는 “GM 연어의 99.8%는 생식할 수 없으며, 필터와 칸막이가 장착된 내륙의 대형 탱크에서 알·치어·물고기를 관리하기 때문에 GM 연어가 탈출해 야생 연어와 교배할 확률은 없다”고 말했다.

GM 연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5년 12월 서울의 리츠칼튼호텔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주관으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영국·일본·중국의 GM 동물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GM 동물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점들을 짚었다.

중국에선 GM 돼지가 식용으로 허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전자 가위’(DNA, 즉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마이오스타틴)를 잘라낸 다음 어미 돼지의 자궁에 다시 집어넣어 돼지 태아를 얻는 데 성공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팀과 함께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보통 돼지보다 덩치가 큰 고단백·저지방의 슈퍼 돼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옌볜 대학 인시준 교수는 “GM 돼지는 다른 종(種)의 유전자를 옮겨 끼워넣는 기존의 GM 방식과는 달리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을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만 바꾼 것이어서 자연적 변이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돼지·모기 등 유전자 변형 동물 봇물

GM 동물은 식용뿐만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미국이 개발한 GM 염소는 항혈액응고제, GM 토끼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귀한 몸’이다. 일본은 기능성 명주실을 생산하는 GM 누에를 개발했다. 탄력성이 강화되거나 천연 색깔이 있는 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식용이 아니더라도 GM 동물 연구는 생태계 교란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GM 모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물학과 출신 3명이 모여 만든 옥시텍(Oxitec)은 10년 동안 모기 유전자를 변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과 교미하면 새끼는 성체가 되기 전에 사멸한다. 2010년 케이맨 제도에서 실험한 결과, 3개월 만에 야생 모기 개체 수가 80%나 줄어들었다.

이 업체는 화학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해충 박멸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자국의 2014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도 받았다. 이 GM 모기는 뎅기열과 같은 질병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플로리다 지역에 창궐하는 뎅기열을 막기 위해 GM 모기 방출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반대 의견은 모기를 먹고 사는 박쥐 같은 토종 동물을 굶주리게 해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뎅기열 바이러스를 전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완전히 없어지면 더욱 치명적인 뎅기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4년 국내에 수입이 승인된 식용·농업용 GM 생물은 약 3조원 규모다.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수입된 GM 생물은 가공식품의 원료나 가축의 사료 등으로 활용됐다. GM 식품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GM 연어나 GM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면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할 시점이다.

장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국내 기술은 1년에도 수십 마리씩 GM 동물을 탄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지만, GM 동물에 관한 법이나 제도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며 “민감한 사안이라고 무조건 미루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합의를 이끌고 관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GM 기술은 있지만 지원과 제도가 없어 연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는 ‘슈퍼 미꾸라지’는 1997년 처음 개발될 당시 미국의 GM 연어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연구비 지원이 끊기며 그대로 사장됐다. 슈퍼 미꾸라지를 개발한 김동수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교수는 “일반 미꾸라지는 상품 크기인 10㎝까지 키우는 데 1년 걸리지만 슈퍼 미꾸라지는 40일이면 충분하다”면서 “연구 과제가 사라져버린 탓에 해외 연구와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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