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회장 "813만대 달성 최선"...위기감 강조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1.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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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실적 저조로 변화 필요성 강조...정의선 부회장 전폭적 지원 의지 담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년 목표한 ‘글로벌 813만대 생산·판매’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신년사는 지난해 비해 분량이 300자 가량 줄었다. 내용면에서는 제네시스의 성공이 강조된 가운데, 목표 생산·판매량이 7만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 신년사 변화에 기대감과 위기감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 서론 절반으로 줄어...한해 공치사 분량↓

“지난 2014년은 현대·기아차의 도약과 더불어,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완공 이후, 특수강 사업에 신규 진출하고 그룹내 유사 사업구조의 재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매우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세계 시장의 명실상부한 선도업체로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2015년 신년사)

“지난 2015년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현대제철은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신년사)

올해 신년사는 지난해 보다 서론이 대폭 줄었다. 지금껏 현대차그룹 신년사 서론은 한해 공적을 치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월 현대차그룹 분위기는 2014년 연간 판매량 800만대 달성에 잔뜩 고조돼 있었다. 고무된 자신감은 서론에 고스란히 담겼다. ‘도약’ ‘성공적’ ‘명실상부한’ ‘확신’이란 말이 반복됐다.

반면 올해 신년사에는 세계 5위라는 제자리 순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현대제철 사업개편을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그쳤다.

◇ 위기감 고조된 본론 도입부...변화 필요성↑

“최근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2015년 신년사)

“최근 세계 경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기존 메이커 간의 경쟁 심화와 함께,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른 산업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2016년 신년사)

본론 시작은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 설명이 담긴다. 보통 긍정적 상황 보다는 부정적 환경을 강조해, 이어질 혁신의 필요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신년사에는 ▲세계경제 저성장 기조 ▲신흥국 정치적 불안 ▲자동차 메이커 경쟁 심화가 예로 나왔다. 세 가지 요인을 근거로 제품 경쟁력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주장했다.

올해 신년사에는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신흥 시장 불안 ▲자동차 메이커 경쟁 심화가 담겼다. 뒤를 이어 자동차의 전자화 사례까지 담기며 현대차가 변화해야만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이 밖에 지난해 신년사에 쓰인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란 문구가, 올해에는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다소 강한 어조로 바뀌었다.

◇ 올해 현대차 키워드 ‘친환경’ ‘IT 융합’ ‘제네시스’

신년사의 핵심은 올해 먹거리 전략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한해 장사를 위해 ▲친환경차와 현지 전략차 출시 ▲창의적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광주 창조경제 혁신센터 조기활성화 ▲통합 신사옥 개발 등을 말했다.

올해 역시 R&D 투자 확대가 예고된 가운데, 새로운 성장 과제로 ▲정보통신(IT)과 전자 기술 융합 ▲안전 및 환경규제 대응 ▲제네시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제시됐다.

현대차 신년사에 IT 융합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스마트카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전 및 환경규제는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대비하라는 지침이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조기 안착을 강조했다. 제네시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한 고급차 브랜드로, 현대차 10년을 좌우할 신(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전사적 노력’이라는 말을 써가며 정 부회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마지막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현대차는 올해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연간 목표 판매량은 813만대로 지난해 비해 7만대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82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했지만, 801만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보다 10만대 이상 높여 잡은 것으로 소극적 목표는 아니다”라며 “단지 세계 자동차시장 침체 및 경쟁 심화 등을 염두해 둔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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