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중대 기로에선 신동빈 최종관문 통과할까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1.05 16:56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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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롯데카드사 매각 방식 최대 분수령

“롯데는 한국 기업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 롯데와 처음 인연을 맺은 1990년, 당시 신동빈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는 25년 뒤 국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자신이 포함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1967년 창사 이래 은둔의 기업으로 불렸던 롯데가 지난해 가족간 경영권분쟁으로 그들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신 회장이 국회에서 대국민 롯데 뿌리찾기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그 곳에 대학을 마쳤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낸터라 신 회장의 유년시절에 대해선 현재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1955년 2월생인 신 회장이 1954년 9월생인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동갑내기(일본은 3월생부터 다음해 2월까지 같은 학년) 친구사이로 도쿄 시부야구에서 서로 가깝게 살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통해 알려져 있을 뿐이다.아베 총리가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신 회장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것을 보면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신 회장은 1980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후 7년간 노무라 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했다. 1988년 4월부턴 일본 롯데상사에서 입사해 처음으로 롯데맨 옷을 입게 된다. 2년 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상무로 발령과 함께 본격적으로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껌 사업으로 시작해 일본에서 성공신화 거두고 한국에서도 유통강자가 된 롯데지만 화학부문에서 LG, 한화와 함께 삼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배경엔 신 회장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과감한 도전이 있었다.

신 회장은 1991년 롯데케미칼의 상장을 시작으로 SEG공장·PET공장·3PE공장 준공, 현대석유화학(2003년), KP케미칼(2004년), 파키스탄 PTA(2009년), 영국 아르테니우스와 말레이시아 타이탄(2009년) 등의 M&A를 성사시키면서 약 25년에 걸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1990년 신 회장 부임 초기 2800억원에 불과한 롯데케미칼의 연매출은 지난해 연결 매출 기준으로 약 15조원까지 성장했다.

신 회장의 발군의 경영능력은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일각에선 그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을 합친 것보다 적음에도 입지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뛰어난 소통능력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M&A는 협상 준비단계부터 완수 이후까지 모든 단계에서 원활한 소통을 필요로 한다. 업계는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에서 보여준 M&A 성공사례는 그의 소통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고 평가한다. 또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엔 청년 창업기업(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을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스타트업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효과적인 지원 방법을 함께 모색하라”고 내부에 지시를 내렸다. 소통에 있어선 오너 가족 출신 답지 않은 면모다.

25년간 실패를 모르고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신 회장은 현재 위기관리능력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앞에 서있다. 다른 재벌기업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순환출자고리(67개)를 갖고 있는 롯데의 지배구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 회장은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 회장은 올 1분기까지 호텔롯데의 상장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 많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최소 7조원의 자금 필요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캐피탈(26.60%), 롯데카드(1.24%) 등 금융계열사 지분이 처분돼야 한다.

유통사업이 주력인 롯데그룹에게 롯데카드는 반드시 필요한 계열사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의 지분을 일본 롯데 측에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신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는 신 회장의 고백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의도하지 않게 일이 커지면 재벌 총수가 국정감사에 나와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신 회장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진 꼴이 됐다.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의 최대 난제인 카드사 매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배구조와 일본기업 이미지, 신 회장의 향후 지배력 논란을 단숨에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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