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블록딜…KAI 매각 문제 없다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1.06 17:25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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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 줄 수 있는 회사 많지 않아"
한국항공우주(KAI)가 필리핀 국방부에 납품한 국산 전투기 FA-50H. KAI는 방산업체 특성상 정부간 계약이 매출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매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 사진 = 한국항공우주

한화테크윈의 블록딜이 한국항공우주(KAI) 매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화테크윈은 보유중이던 KAI 지분 10%중 5%인 487만3756주에 대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진행했다. 매매 결과 예정 물량의 80%인 390만주(전체 주식대비 4%)만 거래가 성사됐다. 양도후 한화테크윈이 보유중인 KAI 주식은 584만7511주(6%)다.

KAI는 항공기 부품 및 완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다. 지난 1999년 10월 삼성, 대우, 현대 등이 보유한 항공산업부가 정부 주도로 통폐합되면서 출범했다. 전투기 부품과 완성기 제작 등 방위산업이 주요 사업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이 있다.

이번 블록딜을 두고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KAI 매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인수후보로 분류되던 한화테크윈이 인수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 점은 아쉽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오히려 국내 기업 경기 부진이 더 큰 위협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아직 KAI 매각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이 지나야 매각 방안 수립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 자금여력 높지 않아

이번 블록딜이 없었어도 한화그룹에서 KAI를 인수전에 참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난해 삼성그룹 화학계열사를 인수했다. 이에 한화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도 상승했다.

㈜한화의 차입금 규모는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한화의 총차입금 대비 상각전이익(총차입급/EBITDA) 비율은 12.7배다. 다만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가치가 4조5000억원에 달하고 미사용 여신도 3480억원이 남아 있어 재무적 융통성은 우수하다.

한화그룹에서 현 시점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부담이 따른다. 이날 KAI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으나 이 가격을 기준으로도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인수가는 1조8000억원이 넘는다. 현대자동차와 두산 그룹 디아이피홀딩스 보유지분까지 모두 인수하려면 2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에도 보유자산을 현금화했다. 금융 업계에서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과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테크윈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4,418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KAI 지분 매각 대금을 더하면 약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한화테크윈에 올해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2500억원 가량이다.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현금이 사용될 전망이다. 또 올해 6월 한화탈레스 지분 옵션계약이 실행되면 이 지분을 사주는 데에도 자금이 필요하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이 KAI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지난해부터 이미 시장에 알려졌다"며 "지분 이탈이 단기적으로 KAI 주가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매각 추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KAI 지분매각 공동약정 종료전 지분 구조 / 자료=한국항공우주, 유안타증권 정리

◇한화테크윈 이탈보다 국내 경기 회복이 더 큰 변수

경영권 측면에서도 한화테크윈의 블록딜은 KAI 매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5일 기준으로 KAI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26.75%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10%, 두산그룹의 디아이피홀딩스가 5% 보유중이다. 국민연금도 7.61% 보유중이며 우리사주조합은 1.93%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들 주주들은 지분 구조상 공동매각을 통해 매각금액을 극대화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공동매각 약정 시한인 지난해 말까지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공동매각 약정은 연장되지 못했고 올해부터 단독매각으로 진행된다. 시장에서는 그룹 재무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두산그룹이 디아이피홀딩스 보유지분을 먼저 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개별 매각이 공동매각보다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공동매각시 매각 규모가 커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KAI는 방산업체 특성상 외국자본에 매각이 제한된다. 더구나 국내 투자자 중에서 시가총액이 6조7000억원을 넘는 업체의 경영권 지분을 한번에 인수할 만한 곳은 찾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경기부진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시점이다.

KAI는 올해보다 투자심리가 양호했던 2012년에도 인수가 부담에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2012년 산업은행(당시 정책금융공사)은 두 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경쟁입찰 원칙이 충족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2012년 8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대한항공만, 12월 진행된 본입찰에서는 현대중공업만 단독 입찰했다. 

KAI 신규수주 및 수주잔고 추이. KAI 지난 12월 28일 KF-X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2015년 연간 신규수주액 8조4600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 한국항공우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KAI 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 줄 수 있는 회사 많지 않아"

산업은행이 보유지분을 단독매각해도 인수자에게 매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KAI의 총 발행주식수는 9747만5107주다. 이중 유통주식수는 4514만9100주로 발행주식수의 46.32%다. 5% 미만 소액주주 비율이 높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지분 26.75%만 인수해도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6일 종가 기준으로 KAI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42위다. 43위인 현대제철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로 19.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11.18%를 들고 있다.

시가총액 8조9000억원의 LG전자도 최대주주 지분율은 비슷하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LG전자 지분 33.67%만 들고 있다. 2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6.44%다. 자사주 지분율은 0.47%다. 그러나 누구도 ㈜LG가 LG전자의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관계회사 연결회계시 지분율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연결자회사로 판단한다. 이전 회계기준(K-GAAP)에서는 지분율에 따라 지분법을 적용할지 연결자회사로 구분할지 판단했던 것과 다르다.

과거 KAI 인수전에서 실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KAI 매각의 흥행여부는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이 가장 큰 변수"라며 "요즘같은 시기에 KAI만큼 안정적으로 성장과 현금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아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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