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폰, 삼성·LG·애플 위협론은 시기상조
  • 민보름 기자 (dahl@sisapress.com)
  • 승인 2016.01.07 16:21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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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택권 넓히고 시장 파이 키울 것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스마트폰 Y6를 내놓으면서 휴대전화와 070인터넷 전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폰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사진=화웨이

6일 KT가 인터파크에 샤오미(Xiaomi) 스마트폰 홍미노트3(RedMi Note 3)에 대한 판매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국내 제조사가 KT에 압력을 가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생산한 SK텔레콤 전용폰 루나(Luna)가 열풍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샤오미, 화웨이(Huawei) 등 중국산 전자 상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LG유플러스는 아예 화웨이 Y6를 전용폰으로 내놨다.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샤오미 판매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리점과 유통사를 취재한 결과 중국산 스마트폰이 당장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판매량 자체는 늘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층은 아직 제한적이었다.

◇ 중국산 구매↑, 열풍 정도는 아니야

6일 서울 시내 대리점과 신도림 테크노마트 판매점에선 중국산 스마트폰을 전시하고 있지 않았다. LG유플러스 전용폰 Y6도 구입 후 박스를 뜯어야 외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Y6는 화웨이가 제조한 초저가 스마트폰으로 약정 가입 시 무료로 판매된다.

대리점 직원들은 저가 중국산 스마트폰을 찾는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은 “일주일 사이 8건 정도 문의가 와 3건 정도 팔렸다”고 말했다.

신도림 판매점에서도 “Y6를 가게에 항상 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찾는 사람이 있어 제고를 확인하고 가져다 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산이나 애플이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리점들은 하나 같이 “여기서 많이 팔리는 건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노트5다”라고 강조했다. 평균적으로 10대 팔리면 이중 7~8대가 아이폰이나 노트5였다.

홍미노트3 판매 중단 사실이 알려진 6일 인터파크 관계자는 “홍미노트3가 매우 많이 팔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샤오미라는 강력한 경쟁자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판매가 진행된 이틀 동안 홍미노트3 판매량은 10대를 넘기는 등 중간 정도 수준을 보였다. 인터파크가 애초에 대대적으로 판촉이나 홍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판매 중단 논란으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만 된 셈이다.

한 대리점 직원은 “우리나라 분들이 워낙 눈이 높지 않은가”라면서 “일부 중국산 제품은 구동 속도가 느린데다 손님들이 잘 모르는 회사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가입자·세컨폰 수요↑, 시장 파이 커지나

중국산 스마트폰 수요는 특정 층에 몰려있었다. 일명 세컨(second) 폰을 찾는 영업맨이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 많았다. 학생이나 노인이 쓸 휴대폰을 찾는 수요도 있었다.

한 대리점 직원은 “아이폰에 통화 녹음 기능이 없다보니 이 기능이 필요하거나 무제한 통화가 필요한 영업맨들이 세컨폰으로 중국산을 사간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에선 “근처 직장인들이 자녀 휴대폰으로 구매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를 넘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새로운 수요가 꾸준히 창출되고 있는 소리다.

이 새로운 수요에 중국산 저가폰이 한몫하고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던 이들이나 원래 쓰던 고가 스마트폰 외에 요금과 가격이 저렴한 휴대전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중국산을 찾고 있다.

중국산 단말 가격 뿐 아니라 저렴한 알뜰폰 요금도 나오면서 세컨폰 가입자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5일엔 알뜰폰 업체 에넥스 텔레콤이 우체국을 통해 기기 값 무료, 통화 50분 요금제 무료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이 우체국에 몰리기도 했다.

이날 우체국엔 저가 요금제를 선호하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공짜로 휴대폰 하나를 더 가지려는 젊은 층도 있었다. 뽐뿌 휴대폰 포럼 등 정보기술(IT) 관련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저마다 우체국 방문 후기를 남기며 이날 사건을 ‘우체국 대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도림 소재 판매점 관리자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국산 공짜폰이 사라지면서 중국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면서 “불경기에 소비자가 저가폰을 찾는 게 당연하지 유명 회사 스마트폰이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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