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자산이다 청춘의 승부수는 꿈이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1.07 17:11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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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자신의 말과 글 정리해 <격언의 탄생> 펴낸 차동엽 신부

독일 베를린의 막스플랑크교육연구소가 15년 동안 1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끝에 지혜로운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을 밝혀냈다. 지혜로운 사람은 대다수가 역경이나 고난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이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보다 훨씬 지혜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똑같은 상황에서 삶의 태도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아냈다. 동일한 조건에서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지혜를 발휘해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던 반면, 고집 세고 괴팍한 사람은 지혜와 신용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차동엽 신부의 말과 글들을 보면 이 연구 결과와 상통하는 것들이 많다. 차 신부는 희망이 약점을 통해, 불안을 통해,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25년 동안 말하고 써온 것들을 정리했는데, <격언의 탄생>이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50은 인생의 반환점, 새로운 시도 신경 써야”

지난 25년 동안 그는 사제였다. 그사이에 서른 권 가까운 책을 썼고 수많은 청중 앞에 섰으니 작가였고 강연자이기도 했다. 차동엽 신부는 “내게 주어진 이 역할들에 충실하려고 숱한 글을 썼고 참 많은 말을 했다”고 말한다. “내가 쓴 글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정말 이 문장을 내가 썼단 말인가! 아직 내가 도달하지 못한 깊이에서 퍼올린 듯한 저 말들은 도대체 누구의 작품인가! 나는 그것이 내가 믿고 따르는 분의 손길임을 느끼곤 한다.”

사제로서, 강연자로서, 작가로서 쉼 없이 달려온 차 신부는 긴 시간의 피정(避靜)에 들어가며 자신을 놀라게 만든 그 ‘글’들을 모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실행으로 옮겼다. 그 스스로 ‘닭살 돋는 행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을 해낸 것은 “나의 말과 글 중에 어떤 것은 다만 내 손과 입을 빌려 그분이 한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나의 언행 중에 때때로 나에게 임하셨던 그분의 뜻을 아는 까닭”이라고 밝혔다.

차 신부는 2004년부터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서른 권 가까운 책(번역서 포함)을 출간했다. 1년에 꼬박 두세 권의 책을 펴낸 것이다. 2007년에 출간한 <무지개 원리>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이후로는 강연 활동도 활발히 했다. 차 신부는 젊은 세대에게 어른으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도 열심이다. 어른들의 잘못을 상기시키는 것도 그의 할 일이다.

“우리가 슬퍼해야 할 것은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절망을 학습시킨다는 사실이다. 거침없고 씩씩했던 청춘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절망이 아닐까. 배우는 속도는 그야말로 LTE급! 정작 배워야 할 것은 덜 배우고, 모방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어이 모방하는 이 비극을 우리는 단연코 뒤집어야 한다.”

최근 수저 색깔에 빗대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꿈장이’가 되라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청춘은 어차피 빈털터리다. 누가 부자냐? 꿈이 많은 사람! 꿈은 자산이다. 이 자산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서 그 소출이 결정된다. 청춘의 시기에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청춘을 포기하는 것! 청춘의 승부수는 꿈이다. 그러므로 환경 탓, 부모 원망, 스펙 운운하지 말고 꿈장이가 되라.”

기성세대의 절망에 대해서는 “사회가 고령화되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나이 50이면 인생의 반환점이 온 것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에 신경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은퇴기란 것이 사춘기와 비슷하다며, 아픈 건 사실이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희망을 끌고 가자는 것이다.

평소 스스로를 ‘희망 전도사’라고 자칭해온 차 신부는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각박하고 무거워진 이유에 대해 밝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행복이 의지의 결과물이 아니라 원래 주어져 있는 것이며, 현실적 성공과 참된 행복 사이에는 어떠한 함수관계도 놓여 있지 않다고 말한다.

“고통, 삶의 향기가 깊어지는 시간이다”

차동엽 신부는 서울 관악산 기슭 달동네 난곡(지금은 난향)에서 연탄과 쌀 배달을 하던 어린 시절부터 ‘희망’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때로 시련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는 마음가짐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온 것이다.

1981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인문학으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차 신부. 1991년 사제로 서품된 후 천주교 인천교구 강화본당 주임신부, 천주교 인천교구 고촌본당 주임신부, 천주교 인천교구 하성본당 주임신부,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교구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수십 회에 걸친 TV와 라디오 방송 특강을 통해 ‘인생해설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그는 현재 인천가톨릭대학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격언의 탄생>은 모두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같은 구성은 차 신부에게 문명(文名)을 만들어준 책 <무지개 원리>와의 관련성을 짐작하게 한다. 무지개가 일곱 빛깔이듯, 이 책의 구성도 7가지 의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청춘’을 응원하는 내용에서는 희망보다는 절망을, 긍정보다는 부정을 먼저 학습하도록 하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청춘의 가능성과 그 크기를 이야기한다. ‘나,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에서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엄하고 존엄한 존재로서의 ‘나’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 무한대의 가치를 드러내는 메시지들을 전한다. ‘고통, 삶의 향기가 깊어지는 시간’에서는 때때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고통과 아픔의 이유를 밝힌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으며 불안 속에도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숨어 있음을 드러낸다.

“지금 고통 중에 있는가? 그대 인생의 의미와 향기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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