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또한번의 시험대에 선 박용만 두산회장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1.07 17:16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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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벌과는 다른 대중소통형 총수...그룹 위기 속 총수일가 고배당으로 역풍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여타 대기업 총수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2009년 3월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시절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유머를 섞은 친근한 말투와 문제를 통해 기존 재벌들에게 보지 못했던 모습을 공개되며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아이폰 개봉기 동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비재 털어내고 중공업 그룹으로 과감한 구조조정 주도

박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다섯 번째 아들이다. 그는 두산의 형제경영 관례에 맞게 네 명의 형들에 이어 2012년 4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앞서 그는 1983년 두산에 입사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에서 경영자로서 경륜을 쌓아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전부터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두산은 당초 소비재를 중심 그룹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초부터 대규모 인수합병(M&A)를 통해 그룹의 색깔을 중공업 그룹으로 전환시켰다.

OB맥주, 네슬레 등 주요 소비재 계열사를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특히 2006년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회사 밥캣(Bobcat)까지 인수하며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박 회장은 이 같은 그룹 체절 전환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

박 회장은 또 그룹 경영 이외에도 2013년 8월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초부터 기존 상의 회장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재계가 그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경제민주화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내보이기도 했다.

재계에선 박 회장 취임 후 대한상의가 그동안 전경련에 뒤쳐졌던 위상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처럼 우호적인 평가 일색이던 박 회장에게 최근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마당에 총수 일가가 고배당을 받아온 것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신입 퇴직 논란에 계열사 연쇄 위기까지..또한번의 시험대

박 회장이 직접 나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중단하라고 지시해 신입사원 희망퇴직은 철회됐다.

그러나 박 회장은 건설기계 분야의 불황이 계속돼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네 차례의 퇴직프로그램을 통해 15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위기는 성공적 인수합병 사례로 평가받았던 밥캣 인수의 후유증이었다. 두산그룹은 49억달러에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 중 80% 가량을 빚에 의존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년 은행에 지불한 금융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결국 지난해말 핵심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36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 주력 계열사들이 위기로 지속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와중에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지난해 지주회사 두산을 통해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두산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두산은 자회사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를 지배하고 있다.

박 회장으로선 결국 그룹 경영과 이미지 모두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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