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주, 헬스케어주, 기술주가 유망하다”
  • 송종호│서울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12 12:50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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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에 빠진 신년 증시, 그래도 탈출구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1월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2016년 증권 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을 마친 후 증시 활황을 기대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잊고 싶다”.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진 지난 1월8일 서울여의도 증권가에 삼삼오오 모인 증권맨들의 한숨에서는 통상적으로 신년 초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타왔던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중국발 악재에 따른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과 남북 긴장 고조 영향으로 장 초반 1900선을 내준 후 횡보 끝에 1917.62에 장을 마쳤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겹치면서 우리 증시가 신년 벽두부터 힘겨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더 심각하다. 신년 벽두부터 서킷브레이커를 두 차례나 발동하며 한주 동안 ‘검은 월요일’과 ‘검은 목요일’을 연출했다. 시장의 출렁거림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아예 서킷브레이커제도 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上低下高’ vs ‘上高下低’…엇갈리는 시장 전망

중국과 북한 등의 대외적 리스크에 따른 단기적인 하락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국내기업의 실적 우려 역시 커 당장 주가 상승의 탈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내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코스피가 상승 반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올해 1분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경우 내우외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미국 경제와 국제 금융 시장 환경을 종합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는 매 분기 한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 시장 참여자들은 느린 속도로 금리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는 국내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시장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악재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단기금리의 경우엔 미국 금리가 아닌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장기금리는 미국 장기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장기금리의 인상을 부르고 결국 국내 장기금리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장기금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장기금리는 3개월 후에 0.42%포인트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안수웅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오르게 되면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 여력 저하로 연결된다”며 “금리가 오르면 금융주 쪽은 긍정적일지 모르지만 그 외 소비와 관련된 부분,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모든 업종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전망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가 흐름에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지수를 1850~225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고하저’와 ‘상저하고’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교보증권과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증권 등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고하저를 주장하는 삼성증권은 “상반기에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우호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정책 동력이 약화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등은 상저하고를 점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는 선진국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장이 예측되지만, 2분기부터점진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글로벌 IB들 “그래도 한국 주식시장 유망”

이처럼 새해 시작부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탈출구에 대한 전망이 없지는 않다. 국제금융센터는 시장이 요동치던 1월8일 한국 주식시장 전망을 담은 글로벌 IB들의 보고서를 내고 대체적으로 주식시장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은 한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며 한국 주식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선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과 신흥국 불안, 중국의 MSCI신흥국지수 편입 등의 위험 요인이 존재하지만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메릴린치·크레딧스위스·JP모간·모건스탠리·노무라 등이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놨고, 씨티와 골드만삭스만이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글로벌 IB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기업 중심의 배당금 지급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이 지수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그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 의견을 상향시켰다. 미국 금리 인상에 한국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가 커지고 그것이 다시 수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놓았다. 크레딧스위스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5월 이후 1225원으로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IB들은 MSCI선진국지수 편입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바클레이즈는 코스피지수가 즉각적으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지수 편입 검토 대상으로 유력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WM센터장은 “미국의 완만한 금리 인상 사이클로 안도랠리가 이어지고 4월 총선이 있어 경기 친화적인 정책들이 나올 경우 글로벌 IB들의 전망이 맞아떨어질 것”이라며 “낙담하기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IB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실적 개선과 배당금 확대, 저평가 인식 등에 따른 소비재주·헬스케어주·기술주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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