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와 반전세에 대한 거부감을 버려라
  • 유민준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13 10:50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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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로 살자니 ‘깡통 주택’ 걱정, 대출받아 집 사자니 ‘하우스푸어’ 걱정···‘공급 과잉’ 부동산 시장의 세입자 고민

2015년 하반기부터 제기된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2016년 새해부터 전국 부동산 시장을 덮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13년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13~22년)을 통해 향후 10년간 연평균 39만 가구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적정 신규 주택 수요를 연평균 39만 가구로 예측한 것이다. 이에 반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4년 51만5000가구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전년 대비 약 14% 증가한 70만 가구 돌파가 예상된다. 70만 가구 돌파는 1기 신도시 공급기인 1990년의 75만378가구 이후 처음이다. 향후 공급이 적정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 공급이 현실화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2014년과 2015년 인허가된 물량들의 입주 시점은 2~3년 후가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공급 과잉 현상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급 과잉 전망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매매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2015년 12월15일에 발표한 2015년 11월의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4.0으로, 전월(132.6) 대비 8.6포인트 하락하는 등 지표상에서도 이런 징후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2015년 12월28일, 아파트 가격이 2주 연속 보합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얼어붙은 심리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여기에 급매가 하나둘씩 나온다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개연성이 있다. 반면 전세가격은 2016년에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올 한 해 입주 아파트에 비해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멸실되는 아파트가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주택 구입보다 타이밍 기다릴 때

전세입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전세금을 올려주자니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깡통 주택’이 될까 두렵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자니 ‘하우스푸어’가 될까 걱정스럽다. 일단은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하다. 우려한 대로 새해 벽두부터 요동치는 경제 동향은 올 한 해의 극심한 경기 유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새해 첫 주식 개장 날 중국의 증시 폭락과 함께 코스피가 주저앉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단절로 유가 불안까지 겹치는 등 글로벌 경기도 녹록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주거의 안정성을 이룩하고 보유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전세 재계약 시 무조건 보증금을 올려줘서는 안 된다. 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국내 전세입자들은 ‘월세’ 또는 ‘보증부 월세(반전세)’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전세를 고수하는 것이다. 이젠 이런 개념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월세와 반전세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갖지 말고 실익을 따져 접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부동산 현장을 방문해보면 전세 물건들은 자취를 감추고, 월세로 계약하는 수요자들도 점차 증가하는 등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월세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 주택가격이 과거처럼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보유는 손실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 보유는 시세 차익을 얻는 목적에서 월세를 받는 목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2015년에 거래된 아파트 전·월세 물건 10건 중 3.3건은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로 거래됐다. 2010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 도심은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40%를 돌파하는 등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반전세 또는 월세가 낫다고 판단을 내리면 보증금의 범위를 주택가격과 비교해 얼마만큼 해야 안전할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자신의 보증금과 선순위에 설정된 금액을 합해 현재 시점에서 시세 대비 70~80%를 넘어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대출이 끼어 있는 아파트의 경우 안전한 보증금 액수를 산정할 때 최근 아파트 낙찰가율인 90%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경매에 나온 물건들을 살펴보면 감정평가 후 경매 개시, 낙찰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된다.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감정평가를 한 시점과 현재시점 사이에 괴리가 있고, 보통 경매 감정의 경우 시세보다 약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증금 산정 시 보수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주택 보유의 필요가 없다면, 뉴스테이(New Stay, 기업형 임대주택)와 행복주택에 대한 청약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두 주거 형태 모두 장기 계약에 기반하고, 임대료 인상에 상한선을 두어 서민 및 중산층의 주거 안정성을 강화한 임대주택이다.

주택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12월31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아파트 단지 길가에 아파트 미분양 물량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주택 구입은 도심지 아파트에 집중해야

그래도 주거의 안정성 측면에서 주택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지역과 주택 형태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선 자산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지역의 주택 투자는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이 하향 국면에 들어서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부터 가격 하락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하락은 수도권 외곽의 베드타운이라 불리는 용인 등 신도시부터 시작해 서울로 퍼져갔다. 당시 가장 하락 폭이 작았던 지역은 업무지구와의 근접성이 뛰어난 도심지 인근의 중소형 주택이었다. 직장과의 접근성과 교통을 중요시하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환금성이 큰 상품 위주로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아파트 중에서 역시 환금성이 가장 큰 상품은 아파트다. 주택 구입의 결정권을 지닌 사람은 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양육 등 업무의 대부분이 주택에서 이루어지는 전업주부의 경우 주차·조경·경비시설 등 주거환경과 커뮤니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한다. 따라서 도심지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격 추이를 꾸준히 살펴보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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