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수 둔 박진영 대표...쯔위 사건 계기로 JYP위기론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1.19 17:12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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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기획사 경쟁에서 탈락..."오너리스크에 빠져"
박진영 JYP엔터테이먼트 대표 / 사진=뉴스1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17)가 대만 국기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흔들었다가 사과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박진영 JYP엔터테이먼트 대표가 최악의 수를 뒀다는 평가가 많다.

심각한 오너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대 기획사 경쟁에서 밀린 JYP가 이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 16세 소녀의 유튜브 사과, JYP 향한 역풍 불러와

사건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JYP 소속 트와이스 멤버 쯔위는 MBC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출신지역을 밝히며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 장면은 본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인터넷 방송 영상이 뒤늦게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대만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황안(黃安·53)은 쯔위를 대만 독립주의자로 지목하며 분위기를 과열시켰다.

문제는 다음이다. 중국 여론이 악화되자 JYP 측은 쯔위를 유튜브 영상에 출연시켜 “나는 자랑스런 중국인”이라고 밝히고 사과하게 했다.

이번에는 대만 여론이 들끓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은 선거 투표 직후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며 이 사건을 공식 언급했다. 당선 후 한 국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16세 여성 연예인이 대만 국기를 든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라고 재차 비판했다.

JYP 측은 쯔위 부모와 상의 후 결정한 일이라며 사과강요 주장을 일축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JYP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당장 박진영 대표의 위기관리 전략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다. 김아영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연구원은 “전에도 대만 가수 장혜매가 대만총통 취임식에서 국가를 불러 중국 활동이 금지된 적이 있지만 중립적 입장에서 낸 사과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편”이라며 “중국 활동 금지까지 선언한 박진영 대표의 선택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 역시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화권 스타에 대해 국적이 중국이냐 대만이냐라는 식으로 문제를 만드는 그룹이 있다. JYP가 양자택일 구조에 빠지지 말고 새 프레임을 짰어야 했다. 박진영 대표가 거기에 넘어간 것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크게 커진 K팝 산업규모에 비해 엔터테이먼트 기업의 경영수준은 기대이하라는 비판도 많다. 음악훈련과 이미지관리 등 매니지먼트 차원에 머물다보니 역동적으로 커진 시장에서 위험요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혁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한류가 국제화되면서 국내 연예인의 영향력이 국제정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커졌다. 연예인과 기획사 뿐 아니라 중국 자본과 정치권까지 이해관계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관리회사 수준으로 시장에 대응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뒤쳐진 경영수준이 청소년 멤버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10대 초반부터 긴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하지만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10대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데는 익숙해도 그 이상의 고민을 보듬는 체계는 전무한 형편이다.

이번 사건이 그 생생한 증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보라 박사는 “쯔위는 본인의 당연한 정체성을 표현했는데 스스로 사과하게 만들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자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해결할 문제를 청소년에게 전가해 의지와 관계없는 일을 시킨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주가도 하락세...3대 기획사 경쟁에서도 확연히 밀려

JYP는 이미 국내 3대 대형기획사 경쟁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현재 국내 시장구도는 SM과 YG가 앞서가는 가운데 유재석을 영입한 FNC가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주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차이가 벌어졌다. 19일 현재 SM, YG, FNC 엔터테이먼트 주가는 각각 4만6900원, 4만2000원, 2만1500원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SM이 약 1조원, YG 6300억원, FNC 3080억원이다.

JYP의 현실은 초라하다. 19일 현재 주가 4320원, 시가총액 1470억원 수준이다. 한 때 3대 기획사로 불렸다는 평가가 무색해질 정도다.

쯔위 사건은 주가의 내림폭을 더 키웠다. 사건이 발발한 8일 주당 4760원에서 사건이 커진 15일까지 15%가까이 하락했다. 그나마 18일부터 하락세가 꺾였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이다.

JYP의 기업 가치도 최근 수년 새 크게 떨어졌다. 원더걸스 이후 시장을 선도하는 아티스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미쓰에이와 갓세븐, 트와이스가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을 선도하기보다 시장흐름을 따라가는 뮤지션이라는 평가가 많다.

JYP 특유의 오너경영이 향후 더 큰 위기를 불러오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진영 대표의 경영스타일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진영 대표는 모든 일을 꼼꼼히 챙긴다. 프로듀서로서 자질도 뛰어나서 자신감도 대단하다. 반대로 말하면 혼자 다하려는 리더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시장이 작을 때는 단기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효율적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지금 JYP는 오너리스크에 빠져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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