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 혈세 낭비한 광물공사의 호화 이사회 논란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1.20 21:45
  • 호수 13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구조조정 계획 중인데도 서울 강남 특1급 호텔에서 이사회 및 송년회 가져

멕시코 구리광산에 수조 원을 쏟아부어 부실 투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 연말 이사회 및 송년회를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에서 개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광물공사는 멕시코 투자 건 실패로 인해 현재 구조조정 방안까지 용역을 맡긴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처신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광물공사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지난해 12월29일 오후 3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영민 사장을 비롯해 상임 및 비상임 이사 8명, 감사 1명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조직개편안을 비롯한 5건의 안건이 다뤄졌는데, 이사회 보고를 위해 30명에 가까운 광물공사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사회를 마친 후에는 호텔 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10시쯤까지 송년회를 진행했다. 리츠칼튼호텔은 강남에서도 대관료 및 식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특1급 호텔로, 공기업이 이런 등급의 호텔에서 이사회와 송년회를 개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 시사저널 박은숙

물론 광물공사가 지난해 7월 본사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강원도 원주시로 옮겨갔기 때문에 편의상 서울에서 이사회를 개최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특1급 호텔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원주 본사에서 개최할 경우 8명의 상임 및 비상임 이사들만 원주로 오면 되지만, 이사회가 서울에서 개최될 경우 20~30명의 담당자들이 보고를 위해 모두 서울로 가야 한다. 게다가 광물공사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다. 2015년 9월1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광물공사는 자산 매각 달성률이 3.5%에 불과하고 해외 자원개발 손실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볼레오 사업과 암바토비 사업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겨우 448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1.72%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 역시 “2014년 정부출연금이 2250억원인데 그걸 집어넣어도 8800억원이 적자”라며 “광물자원공사를 당장 청산하는 게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일반적인 구조조정으로 안 되지 않겠느냐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를 반영하도록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광물공사는 가지고 있는 일부 자산 및 콘도 회원권을 파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25일 취임한 신임 김영민 사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내실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광물공사 관계자는 “연말이라 송년회 장소를 잡기도 어려웠고, 호텔 측에서 식사를 하면 대관을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리츠칼튼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가 매달 개최되는데, 여태까지 매번 원주에서 하다 연말이란 의미도 있고 해서 한 번만 서울에서 개최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을 조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나름대로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상당히 난감한 입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