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게임산업]②과도한 규제가 숨통 조여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1.21 17:29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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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작된 규제로 4년 새 게임업체 30% 감소
넥슨이 개발한 국민맞고2011 / 사진=넥슨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게임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게임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정권이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게임산업이 오히려 정부에 의해서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게임규제 역사

게임규제의 역사는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다양한 규제 정책들이 제기됐다. 여가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강력한 법안을 내놨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로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까지 시행돼 업계는 중복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2012년에 쿨링오프제를 도입했다. 쿨링오프제는 청소년 사용자가 게임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을 종료하고 10분 후 1회에 한하여 재접속을 가능케 하는 정책이다.

게임 시작 후 1시간이 지나면 주기적으로 주의경고문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2013년에는 손인춘 의원이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독유발지수를 측정해 수치가 높은 게임은 국내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고 각 게임사 매출의 1%를 여성가족부에서 징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년에는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4대 중독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임산업 위축시키는 규제 여전히 진행 중

다양한 규제 도입 후 게임산업은 급속도록 위축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했다. 4년 새 30% 가까이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업계 종사자 수는 4만8585명에서 3만9221명으로 20% 줄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7조원 대에서 9조원 대로 커졌지만, 성장률은 12.9%에서 2.6%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게임규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규제는 웹보드 규제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문체부는 2014년 2월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 이용자의 사용 금액·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 중이다.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 1회 베팅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하고, 하루 손실액 10만원 초과 시 24시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웹보드게임 업체들은 규제시행 후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한 업체관계자는 “매출액이 70%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내년 2월 웹보드 규제 시행령 일몰을 앞두고 규제가 완화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였다. 하지만 1일 결제 한도와 손실 금액은 각각 3만 원과 10만 원으로 유지됐다.

업체 관계자는 “핵심인 1일 결제와 손실 금액이 현행대로 유지됨에 따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며 “1일 결제와 손실 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안도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은 게임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외국에는 없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일률적인 게임 아이템을 양산해 게임 창의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임 진흥시킬 전담기관 ‘절실’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을 진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경우, 말이 진흥법이지 규제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실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창조산업 진흥을 위한 게임산업 정책토론회: 위기의 게임산업 대안은 있는가? 행사를 개최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고 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규제 역시 실효성을 가져야 하며 정부와 민간이 혼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고 실효성이 있으면서도 시의적절한 시기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과거 게임산업개발원처럼 게임산업을 위한 독자적인 정부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임학회의 이재홍 회장은 “외국은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장려하는 정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게임을 진흥시킬 수 있는  전담 기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도 지난해 발간한 위기의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장단기 정책 과제 정책 자료집에서 “과거 한국게임 산업의 진흥을 이끌었던 게임산업진흥원이 부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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