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이트진로 증여세 취소...'이중과세'논란 다시 쟁점화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1.22 08:32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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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전환사채 저가배당 경영권 승계..관련 법령없어 납부한 증여세는 몇 십억, 하이트 진로 2세 관련 조문없어 2심에서 증여세 328억원 부과취소
사진=뉴스1

하이트진로 그룹 2세들이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은 328억원의 증여세가 관련법령 미비로 취소되면서 증여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하이트진로와 비슷한 증여세 취소 사건들이 최근 계속되자 지난해 상속증여세법을 서둘러 보완했다. 하지만 1996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당 사건같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배당받고 주식으로 전환해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지만 국가에 납부한 증여세는 단돈 몇 십억에 그쳐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증여와 유사한 행위에 증여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완전포괄주의에 따라 증여세 부과를 했던 세무당국은 대법원의 판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심인 고등법원이 완전포괄주의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판단을 옳다고 본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경우가 그렇다. 박문덕 하이트그룹 회장의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가 328억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았지만 2심(1심은 원고패소)에서 취소됐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자신이 보유한 하이스코트 주식 전부(당시 평가액 1228억원)를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당시 삼진이엔지의 지분은 태영, 재홍 이들 두 형제가 모두 갖고 있었다. 법인세법은 회사가 주식을 증여받으면 이익(자산수증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삼진이엔지는 약 314억원의 법인세를 국가에 납부했다.

문제는 증여세였다. 세무당국은 박 회장의 증여로 두 형제의 재산가치가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태영, 재홍 형제에게 각각 증여세 242억여원과 85억여원을 부과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원칙을 들이댄 것이다. 하지만 고등법원이 최근 대법원 판례 따라 증여세부과를 취소했다.

문제가 되는 법조문(구 상증법 41조)을 보면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 ·폐업 중인 법인’에게 증여가 이뤄질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결손금이 있는 법인 즉 적자법인만 해당되고 흑자법인은 제외된다. 삼진이엔지는 흑자법인이다. 당시 흑자법인이 증여세과세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법인세와 증여세의 이중과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두 형제의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던 2심 재판부도 “결손금이 없는 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삼진이엔지가 법인세를 부담했기 때문에 증여세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법인세과 증여세는 과세대상 자체가 다르다. 이중과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정부는 관련 조문을 정비했다. 흑자법인이라도 증여세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용 회장의 전환사채 논란이 있은 후 당시 정부는 증여세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방식에서 완전 포괄주의로 체계를 개정했다. 완전 포괄주의가 유형별 포괄주의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트진로 증여세 취소와 같은 사건들이 줄을 잇자 지난해 정부는 다시 법망을 좀 더 촘촘하게 보완했다.

개정된 현재의 법조문을 하이트진로에게 적용하면 증여세부과는 피할 수 없다. 관련 법조문이좀 더 일찍 정비됐다면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은다. 한편 2심에서 패한 국세청은 현재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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