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효성, 문제는 오너리스크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22 08:34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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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 전망···경영진 비리 의혹 해소 못해 불확실성 상존
조석래 효성 회장. / 사진=효성

효성이 지난해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너리스크(owner risk)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판덱스(spandex), 타이어코드(tire cord) 등 기존 사업이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고 스태콤(STATCOM·무효전력보상장치), 산업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등 신성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효성그룹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조석래 효성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각각 탈세와 횡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시민단체는 불법 행위를 한 이들 부자(父子)가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도 조 회장과 조 사장 실형 선고 소식에 4% 넘게 떨어졌다.

◇ 질주하는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사업과 불붙은 신사업

효성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효성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7545억8392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3년 연간 영업이익 4859억원, 2014년 연간 영업이익 6003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증권업계는 효성이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25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러한 호실적 1등 공신에는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가 있었다. 타이어코드가 속한 산업자재부문과 스판덱스가 속한 섬유부문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984억원으로 전체 효성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효성 타이어코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45%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타이어 등 수요산업 불황에도 막대한 시장점유율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스판덱스도 효자다. 스판덱스는 세계시장 점유율 32% 이상을 차지하며 역시 업계 1위에 위치해 있다. 스판덱스는 신축성과 내구성, 건조성이 뛰어나 속옷, 안감, 겉옷 등 여러 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쓰이는 합성섬유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효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투자한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효성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인도와 파나마에 총 3000만달러 규모 스태콤(STATCOM·무효전력보상장치) 수주에 성공했다.

스태콤은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처에 전달할 때 손실되는 전력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스태콤을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장치) 등과 함께 쓰인다.

효성은 산업용 특수 가스인 삼불화질소(NF3) 생산 공장 신설과 증설을 통해 첨단 화학 소재 사업도 강화한다. NF3는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표시장치), 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 세척에 쓰는 기체다.

효성은 중국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시에 약 200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해 2017년 상반기까지 연산 2500톤 규모 NF3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울산시 남구 용연 3공장 부지에도 약 1000억원을 투자하여 연산 1250톤 규모 공장 증설을 마치고 올해 3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 역주행하는 오너 일가

잘나가는 사업과는 달리 오너리스크가 효성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오너리스크란 재벌 총수 일가가 탈세, 배임, 횡령, 경영권 분쟁, 폭행, 스캔들 등 일반적인 기업적인 활동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로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지난 15일 그룹 총수인 조석래 회장과 경영 일선을 책임지는 조현준 사장이 재판부로부터 불법행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동시에 효성 주가도 4%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언론을 통해 조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제기에도 주가가 5%대로 내려앉았다. 호실적이 오너리스크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2014년 1월 조석래 효성 회장에 대해 분식회계·탈세·횡령·배임·위법배당 등 총 7939억원 기업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준 사장에 대해서는 86억원대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지난 15일 1심 판결에서 조 회장의 혐의 중 탈세 1358억원만을 인정하고 횡령과 배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86억원대 조세포탈·횡령 혐의를 입은 조 사장에 대해선 횡령 혐의만을 인정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이 고령과 건강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고 조 사장이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효성의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회계 감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들이 등기 이사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1심 판결로 조석래 회장 일가의 유죄가 인정된 만큼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최측근인 이상운 부회장은 즉각 효성그룹의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판결로 조석래 회장 등은 더 이상 증권선물위원회의 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다며 회사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해임권고 조치를 즉각 수용·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지난해와 더불어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을 앞세워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오너일가를 비롯해 경영진이 불법 행위 등으로 부재하거나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투자 감소, 주주 가치 훼손 등 부정적 영향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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