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향방, 소재에 달렸다"..기술개발 경쟁 '후끈'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22 17:41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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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포스코켐텍, 삼성SDI 등 투자 늘려
배터리 시장 성장과 맞물려 2차전지 소재 기술력 증진을 위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사진=뉴스1

2차 전지 성능을 높이려는 소재 생산 회사들의 기술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ESS(Energy Storage System) 등 2차 전지 시장은 커져 가지만 대중화하기엔 아직 성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소재 기술력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에 SK케미칼, 포스코켐텍 등 2차 전지 소재 생산 업체들간 기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커져가는 배터리 시장, 기술 한계 극복 못하다간 시장 빼앗겨

배터리 시장은 웨어러블(wearable) 기기와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시장 확대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선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2020년에는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임의접근기억장치의 한 종류) 시장, 2025년에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뛰어넘는 1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선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 후 2015년에 이르기까지 용량 증가가 4배에 그치고 있다.

전기차도 용량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 번 충전으로 480㎞ 주행이 가능한 테슬라(Tesla) 모델S를 제외하곤 다른 차종들은 400㎞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GM 쉐보레 볼트(2016년형)는 약 310㎞, BMW i3(2015) 160㎞, 닛산 리프(2016) 280㎞ 수준이다. 이마저도 기온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번 충전으로 500km는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내연기관 승용차와 동등한 수준의 주행 거리에 해당한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 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에서 시장을 선도할 전기자동차 최소 주행거리는 200마일(320km)이라 했다. 200마일은 미국 직장인 평균 출퇴근 거리 58마일(93km)을 주행한 뒤에도 142(228.52km)마일 주행이 가능한 수치다.

중대형 배터리 안정성도 해결해야 한다. 단 하나의 배터리 불량으로도 심각한 에너지 효율이 저하가 일어난다. 더구나 배터리 불량으로 폭발 사고와 같은 위험이 있어 배터리 자체 안정성을 높이는 건 앞으로 배터리 업체들이 중요하게 여겨야할 점이다.

소형전지의 경우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소형전지는 휴대폰, 스마트 워치와 같이 휴대성이 필요한 곳에 쓰인다. 따라서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하고 쓸 수 있는 효율을 높여야 하고 이동에 용이한 초박형 배터리 개발이 필요하다. 나아가 에너지가 끊이지 않게 무선 충전과 10분 이내 급속충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 배터리 성능은 소재로 부터

결국 소재 기술력이 중요해졌다. 한국전지협회 회장인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는 소재경쟁력 강화에 달려있다”며 “이러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할 때 에너지 공유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전지 소재 생산 기업들은 소재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자체 특허를 기반으로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 첨가제 개발에 성공했다.

SK케미칼은 자체 평가 설비를 활용해 기존 첨가제와 비교 테스트한 결과 SK케미칼 전해액 첨가제의 용량 회복률이 최대 27% 높고 내부 저항 수치는 20% 낮다고 19일 밝혔다. 용량 회복률이 높을수록 2차 전지 수명이 길어지며 내부 저항 수치가 낮을수록 출력이 높아진다.

2차 전지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분리막 등과 함께 2차 전지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전해액은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한다. 첨가제는 전해액 성능을 극대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포스코켐텍은 음극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선다. 포스코켐텍은 고사양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인조흑연계 음극재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조흑연계 음극재는 침상코크스를 중간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포스코켐텍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초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이미 2011년 천연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양산하는 등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높여왔다.

삼성SDI 역시 배터리 소재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소재 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8월 삼성정밀화학의 전자소재 연구개발(R&D) 설비와 특허권, 관련 인력과 삼성정밀화학의 자회사 에스티엠(STM)을 총 187억원에 양수했다.

STM은 2차 전지용 양극활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양극활물질은 2차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2차 전지 원가 40%를 차지한다. 삼성SDI는 양극활물질을 자체 생산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배터리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배터리 시장 성장성을 감안하면 아직 2차 전지 시장은 초기 단계로 봐야한다”며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이 시장을 빼앗기지 않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소재 부분부터 투자해 기술력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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