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앞둔 대기업 전현직 총수들. 최대 쟁점은 '배임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1.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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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배임죄 판단 노골적 불만...판결 관심

주요 대기업 전현직 총수들이 배임죄 관련 법원의 판단을 잇따라 기다리고 있다. 최근 검찰이 기업범죄에 대한 판결에 대해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번째 재판인 최근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법원의 두번째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앞선 상고심에서 조세포탈·횡령 혐의에 대한 일부 유죄 판단을 내린만큼 재상고심에선 배임죄 유무죄에 대한 판단만 남겨둔 상황이다.

이 회장은 2006~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 소유인 팬재팬(Pan Japan)의 도쿄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CJ재팬(CJ Japan)에게 근저당권 설정과 연대보증을 서게 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네 차례 재판에서 모두 배임 혐의가 사실상 인정됐다. 대법원도 지난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만 잘못됐을 뿐 배임 혐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법원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15일 1심에서 10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경우 검찰과 조 회장 모두 항소를 함에 따라 2심에서 공소 사실 전부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게 됐는데 여기서도 배임죄 적용여부가 핵심이다. 

조 회장의 혐의는 다섯 가지다. 차명주식·페이퍼컴퍼니·분식회계 등을 통해 세금 약 1491억원을 탈루하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회사자금 698억원 횡령, 233억원 배임, 위법 배당 250억원, 허위 공시 등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분식회계를 통한 법인세 1238억원 등 총 1358억원 조세포탈 혐의와 허위공시, 위법 배당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홍콩 페이퍼컴퍼니 CTI와 LF가 조 회장 소유라는 검찰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관련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법원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검찰과 효성 모두 판결에 불복해 지난 22일 항소했다. 검찰은 유죄 부분에 대한 형이 너무 낮고 무죄 부분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결국 1심 재판부가 홍콩 페이퍼컴퍼니 소유권을 조 회장이 아닌 효성에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배임과 조세포탈 일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소유권 주체를 누구로 판단하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각각 2심과 1심이 진행 중인 이석채 전 KT 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배임 혐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다.

이 전 회장의 경우 KT가 이 회장 조카와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시로 부당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해 배임 행위를 저질렀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자본잠식상태에 있던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해당 회사들에 대한 투자가치가 있었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배임 등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전 회장 재판의 경우 뇌물 공여 부분과 함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 과정에서 배임 행위를 했는지가 쟁점이다. 검찰은 포스코가 부실기업이었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며 인수타당성 검토나 중요사항을 이사회에 누락하는 등의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정 전 회장을 기소했다. 정 전 회장 측은 25일 진행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 업무는 담당 임원에게 위임했다"며 "성진지오텍 인수는 경영 전략상 사업다각화 방식으로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은 후 법률·회계 자문 등 통상적인 모든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 후 2인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1심 판결을 정면 비판하는 등 배임죄와 관련해 법원에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배임죄 등 기업범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너무 협소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선 부실 수사로 인한 무죄 판결에 대한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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