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쉐보레 대리점주, 퇴직금 안주려 직원들 회유 압박
  • 정지원 기자 (yuan@sisapress.com)
  • 승인 2016.01.28 16:27
  • 호수 13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GM은 모르쇠로 일관
쉐보레 대리점주가 영업사원들을 회유해 왜곡된 사실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한 정황이 포착됐다. / 사진=시사비즈

한 쉐보레자동차 대리점주가 직원들의 위증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9년 간 일하다 퇴직한 근로자 윤병은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창원의 한 쉐보레 대리점에서 일하는 한 영업사원은 "대리점주인 J씨가 영업사원들로 하여금 왜곡된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하라고 회유·압박했다"고 28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시사비즈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J씨가 내민 사실확인서에 서명한 15여명 중 1인인 권모씨가 당시 정황을 토로한 녹취록을 입수했다.

한국GM은 이와관련 “대리점 영업사원은 대리점주와 고용관계이지 한국GM과는 관계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9년 동안 일했지만 퇴직금 한푼 못받아...법원 “딜러는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

이 대리점의 영업사원중 한명인 윤씨는 2004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9년 넘게 동일한 대리점에서 일했다. 지금까지 윤씨가 판매한 차는 1000대가 넘는다. 하지만 윤씨는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윤씨는 대리점주 측에 퇴직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윤씨가 근로자 신분이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점주가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윤씨는 “사측이 제시한 거짓 사실확인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리점주 J씨는 대리점 영업사원들 15여 명으로 하여금 사실확인서에 서명하게 했다. 이는 영업사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J씨측 사실확인서의 요지는 ▲대리점 영업사원의 근무시간 및 장소가 정해져있지 않은 점 ▲당직근무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 ▲중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었다. 이같은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한 이유는 직원이 아니라는 정황증거를 확보하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윤씨의 주장이다. 윤씨는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며 근퇴 불량시 당직에 불이익이 있었음 ▲당직시 회사에서 중식이 제공되고 있어 명실공히 직원의 신분이었고 이러한 내용 서면문서도 공증을 받은 상황이었음을 주장했다.

또, 항소심에서 제출한 소명자료를 통해 ▲당직근무는 사측에서 정한 순번대로 이루어졌음도 주장했다.

최근의 재판에서 15여명의 영업사원들은 점주가 제시한 사실확인서에 서명했고 결국 윤씨는 패소했다.

◇“점주가 한 명씩 따로 불러 사실확인서에 서명케 했다”

당시 점주가 제시한 사실확인서에 서명했던 15여명 가운데 한 명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황에 대해 밝힌 녹취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같은 대리점에서 3년 동안 윤씨와 함께 근무했던 권모씨(55)는 윤씨가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며 제기한 소송 1심의 2차 변론이 있기 전 대리점주가 불러 사무실로 갔다. 그 자리에서 점주는 사실관계가 왜곡된 사실 확인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녹취록에서 윤씨가 점주로부터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요구받을 때의 정황을 묻자 권씨는 “나와 황xx만 제외하고 지점 영업사원들 모두 서류에 서명한 상황이었다”며 “같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라도 사인을 안하면, (대리점주가)당신하고 근무 못하겠다 하는 것 같으면 나가야 되는 상황밖에 안돼(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라고 말했다.

정명아 법무법인 새날 노무사는 “유일한 증거는 동료들의 증언뿐인 상황에서 업주가 그걸 못하도록 회유하니까 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우리 차 팔아달라고만 했지, 고용하진 않았다”

한국GM은 쉐보레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직접 고용주체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은 다섯 개 딜러사와 판매계약을 맺고 있다. GM이 도급으로 일괄생산한 차량을 딜러사에 넘기면 딜러사와 계약된 대리점의 영업사원들이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쉐보레 관계자는 “쉐보레 영업사원과 고용계약을 맺은 곳은 대리점”이라며 “한국GM은 영업사원들의 고용주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김환영 쉐보레 영업사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의 자동차대리점주는 지난 10월 현대차 대리점 폭행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제조사에게는 을이면서 영업사원에게는 제조사(GM)를 등에 업은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혁 노무사는 “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특수고용직 근로자”라며 “이번 소송에서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받는다면 골프장 캐디나 보험설계사 등 다른 특고 근로자들도 퇴직금과 4대 사회보험 등 사회적 안전장치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당해 사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윤씨는 변호사 비용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