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내 탓이오!’ 정신이 필요한 때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1.28 18:15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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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나라 꼴이 IMF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한때 ‘총체적 난국’ ‘한국병’ 이런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앞의 말들은 대한민국의 현황을 설명하는 데 딱입니다.

지난해에는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가 최고 유행어였습니다. 불행감, 좌절감, 원망 등의 기운이 한반도 남쪽 전역을 뒤덮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개고생 해서 살인적인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갔는데 취업은 오히려 더 바늘구멍이니 말입니다.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채용 여력은커녕 신입사원까지 대상으로 감원 칼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 폭락과 북한 김정은의 ‘수소탄’ 실험 전격 실시 등 굵직한 뉴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1월15일에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범죄인 부천 최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여놓고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고 합니다. 웬만한 사건·사고에는 놀라지 않는데 1보를 접한 순간 면도칼이 심장을 긋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터져서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최군 기사를 봤더니 또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뉴스 보기가 두렵습니다. 좋은 뉴스도 있지만 나쁜 뉴스가 워낙 많다 보니 포털을 클릭하면 비관적인 이야기, 악당 이야기 투성이입니다.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 탓이오!’ 기풍의 부활이 답입니다.

제도적·시스템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요. 제도나 법규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도 세계 수준급인 분야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환경 규제, 중소기업 지원제도 같은 것은 웬만한 선진국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성취가 세계적이지는 않습니다. 운용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운용이 안 되는 것은 개인적·집단적 각성과 연관 있습니다. 개인이 모여서 집단이 되니 결국 개인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정치 분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우리는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만날 정치인 욕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그 정치인들을 누가 뽑았나요. 정치가 삼류면 그 정치인을 뽑은 기성세대 유권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 그런 유권자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걸핏하면 대통령 탓을 하는데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이 해봤자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습니까. 5년제 좌·우파 대통령들이 너나없이 실패했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금의 풍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할 확률은 낮습니다. 뽑은 유권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반대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은 나는 안 뽑았으니 책임 없다고 할 테니까요. ‘내 탓이오!’ 정신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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