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위암은 내시경만으로 치료 가능”
  • 노진섭 기자 (no@sisparess.com)
  • 승인 2016.01.28 19:25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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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위암 수술은 복강경·로봇 등 최소 절개 방법이 환자에게 유리”

시사저널은 지난 2008년(시사저널 966호(4월21일자)부터) ‘명의에게 듣는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질환의 진단·치료·예방 등 알찬 정보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했습니다. 그 후 의료진의 변화, 의학의 발전 등을 감안한 새로운 정보를 요구하는 독자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은 새 연재 ‘명의 시즌2’를 시작합니다. 분야별 국내 최고 의사들로부터 최신 진료와 관련된 건강정보를 격주로 전달하겠습니다. 시사저널이 소개하는 명의란 뛰어난 의술·연구는 기본이고 특히 환자와의 유대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의사를 의미합니다.

 

위암은 대장암과 더불어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다툴 정도로 흔하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위암의 국내 발생률은 남성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55.3명으로 일본(45.7명)보다 높다.

한국의 위암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다. 치료 후 완치될 가능성(5년 생존율)은 73%로 외국(20%대)보다 월등하다. 위암 치료는 크게 수술과 내시경 치료로 나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연간 위암 수술 건수는 1200건이고, 내시경 치료는 700건이다. 앞으로 내시경 치료가 수술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치료 효과 면에서 수술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위도 잘라내지 않는 내시경 치료가 유리하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 전문가인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으로부터 최신 위암 진료에 대해 들어봤다.


모든 환자가 위 내시경으로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나.

ⓒ 시사저널 임준선

조기 위암인 경우로 한정된다. 조기 위암 중에서도 암세포가 림프절(전신에 분포하는 면역기관의 일종)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또 암 크기가 2㎝ 이하이고, 위궤양이 없고, 위점막을 깊게 침범하지 않은 경우 등의 조건이 뒤따른다. 위에 국한된 암에 한해서만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것이 위 내시경 치료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조금 더 진행된 암도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나올 전망이다.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게 관건이라는 말인데, 얼마나 자주 검사해야 하는가.

일반인은 내시경 검사 주기를 2년에 한 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보통 40세부터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면, 70세까지 약 15차례다. 이 검사 주기를 4년으로 늘리면 7차례로 줄어든다. 경제적 부담, 환자의 고통을 덜 수 있다. 사실 평생 위암이 생기지 않을 사람인데 주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합리하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위암이 잘 생기지 않는 사람을 걸러내면 환자의 고통도 없애고 내시경 검사 주기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위 내시경 진단의 정확성은 어느 정도인가.

진단은 영상으로 보는 것(위 조영술)과 내시경으로 진단하는 것이 있는데, 정확성 면에서 내시경이 월등하다. 특히 국내 내시경 검사 비용은 외국보다 싸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가 위암 진단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위암 진단은 100% 정확하지 않다. 하필 암이 위궤양이 있는 부분에 있으면 마치 위암이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항암 치료도 하고 수술을 하는데, 알고 보니 조기 암인 경우가 있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환자였던 것이다. 이는 현대 의학의 한계다.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의학계의 이슈다.

내시경 발전이 환자에게 어떤 편의를 줄 수 있나.

실제로 내시경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내시경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그 부위 조직을 떼어낸 후 현미경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한다. 그 기간이 2~3일 걸린다. 최근에는 초소형 현미경을 장착한 위 내시경이 나와서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조직을 떼지 않고도 바로 세포를 볼 수 있다. 아직은 조직검사만큼 정확한 수준은 아니지만 곧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예를 들면 위 혈관에 특수한 빛을 쪼여 암을 진단하는 위 내시경(NBI)이 있는데, 앞으로 세포와 혈관을 동시에 보는 내시경이 보급되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 같다. 일반 위 내시경의 지름이 9㎜ 정도인데 요즘은 4.9㎜ 정도로 가는 내시경도 있어서 입이 아니라 코로 삽입하는 등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이 지금도 시도되고 있다.

내시경 치료 대상자가 아닌 나머지 사람은 수술을 받아야 할 텐데,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또는 로봇 수술) 중 어느 것이 환자에게 유리한가.

개복 수술은 복부를 많이 절개하므로 환자가 받는 고통이 크고 회복도 더디다. 그래서 적게 절개하는 방법으로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고안됐고 현재 많이 하고 있다. 복부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고 가느다란 의료기기를 넣는다. 의사는 모니터를 보면서 복강경이나 로봇을 움직여 수술한다. 그 의료기기에는 수술 도구, 카메라, 조명 등이 달려 있다. 개복 수술이든 복강경 수술(또는 로봇 수술)이든 암 환자에게는 생존율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수술법을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생존율에 차이가 없으므로 고통이 적고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또는 로봇 수술)이 환자에게 유리하다(김형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와 한상욱 아주대병원 교수는 지난해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3000명을 장기간 관찰하고 분석해보니 생존율·합병증·사망률에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중에는 어떤 것이 환자에게 좋은가.

수술 효과 면에서 그 두 가지에는 큰 차이가 없다. 환자가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로봇은 복강경에 비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기 때문에 수술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비가 비싸다.

대장암처럼 위암도 암 전 단계에 미리 발견해 치료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위암도 대장암처럼 암 전 단계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위점막의 이형성(異形成)이다. 이형성은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 형태를 닮아가는 과정으로 거의 암에 근접한 상태를 말한다. 이형성으로 진단되면 병원에서 위암으로 보고 치료한다. 이형성보다 흔하지 않지만 위점막에 양성 종양(선종)이 있으면, 위암의 전 단계로 추정된다. 이 중 일부가 암으로 진행하므로 상태가 나쁜 선종은 위 내시경이나 수술로 제거한다. 한 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하는 위 내시경 검사(단순 건강검진이 아닌 환자 의심 검사) 1200건 가운데 700건의 위암을 발견한다면, 그중 500건은 위암 전 단계다.

냉장고의 등장으로 위암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동양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193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암은 위암이었다. 이후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위암 발병률은 급격히 낮아졌고, 현재 위암은 10대 암에도 들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이는 신선한 음식이 위암을 줄인다는 근거가 됐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도 오랜 기간 냉장고를 사용해오고 있지만 위암 발생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냉장고의 보급과 위암 발생 관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위암 발병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이 로봇으로 위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환경적 원인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과거 한국인의 70%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저히 줄었다. 찌개 등 음식을 같이 먹는 식습관으로 많이 감염됐지만 지금은 그런 식습관이 점차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균은 주로 위장 점막 세포를 자극하고 손상한다. 위암에 걸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암 환자에서 반드시 이 균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고, 또 이 균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위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연관성이 높은 만큼 내시경 검사에서 이 균이 나오면 약을 처방받아 치료해야 한다(이 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위암 유발 인자다).

위암 예방의 최우선은 무엇인가.

한식은 대체로 위암에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소금 자체가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위점막을 자극해 위암에 걸리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짠 음식은 위암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심장 질환에도 좋지 않다. 또 고기를 구워 먹는 식습관도 위암에는 좋지 않다. 그렇다고 또 고기를 너무 먹지 않는다면, 위암은 안 생길지 몰라도 다른 병에 걸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음식을 골고루 먹고, 짠 음식을 멀리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서양인은 고기를 자주 구워 먹는데도 위암이 거의 없는 이유가 있나.

위암 발병은 인종 간에 차이가 있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위암에 취약한 것 같다. 동양인이 서양에 살아도 현지인들보다 위암에 잘 걸리는 것을 보면 유전적 기질과 관련이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위 내시경 검사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도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나.

부모가 위암이면 자녀도 위암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한 가족이 비슷한 식습관과 입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만큼 내시경 검사를 1년에 한 번씩 받는 게 바람직하다.

외국인 의사들이 한국에 와서 위암 치료를 배울 정도로 한국이 위암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배경은 무엇인가.

(중앙암등록본부가 올해 공개할 주요 암 생존율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위암 치료 후 완치율(5년 생존율)은 한국이 73.1%로 미국(29.3%), 일본(63.3%) 등 다른 나라보다 높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의사들이 일본에서 위암 치료법을 배웠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역전됐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위암 환자가 많은 만큼 치료 경험이 많아 의술이 발전했다. 서양은 위암이 10대 암에도 들지 않을 정도로 사라지면서 의술이 축적되지 않았다. 위암 분야의 연구에서도 한국이 앞선다.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또는 로봇 수술)이 환자에게 이롭다는 근거도 한국이 연구로 제시했다. 수준 높은 수술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이 제시한 치료법은 세계 위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컨대 외국에서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할 때 우리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면 생존율을 10%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은…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과장)다. 199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3년 동 대학 의학과 대학원 석사, 2006년 고려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센터장을 역임했다. 위암을 로봇과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전문가이고, 대한위암학회 편집이사다. 환자 치료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02년 대한암학회 GSK종양학술상을, 2003년 세도회 학술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어려운 의학 용어 대신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로 유명하다.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이 환자와 수술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40대 남성 김 아무개씨는 얼마 전 내시경 검사로 위암을 발견했다. 초기 단계를 약간 지나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위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 최선이었다. 수술을 몇 주 앞둔 지난해 12월1일 오후, 그는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부터 한 가지 주문을 받았다. 수술 전까지 살을 빼라는 처방이었다. 체중 75㎏인 이 남성은 현재 식사량을 3분의 1까지 줄여야 한다. 형 교수는 “지방간이 있고 간이 커진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간이 위를 가려 수술이 쉽지 않다. 간이 커진 상태에서 수술하면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는 마취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마취 시간이 길수록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항상 배가 고플 정도까지 식사량을 줄여서라도 살을 빼야 한다. 비만은 수술 후 합병증 위험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일단 위암을 발견하면 환자는 조급해진다. 어차피 수술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수술 시기가 늦어질수록 암세포가 더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70대 여성 김 아무개씨는 수술 날짜가 3주 후에나 잡힌 것이 못내 불안했다.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검사 결과 위장 주변의 림프절로 암세포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형 교수는 김씨에게 “조기(早期) 위암이 진행성 위암으로 변하는 데 약 40개월이 걸리므로 무조건 수술을 빨리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수술을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질이 과거보다 떨어지는데 그 시기를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정도 병기(病期)라면 몇 주 만에 온몸으로 퍼지지 않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안심시켰다.

60대 여성 황 아무개씨는 1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정기적으로 형 교수의 진단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검사에서 간 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어디선가 암에 좋다는 말을 듣고 요구르트, 복분자, 견과류를 매일 먹었다. 의사는 식사 외에 다른 음식을 먹지 말라는 처방을 내렸다. 형 교수는 “수술 후 면역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홍삼을 먹는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 특정 식품을 섭취해 간 수치가 올라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무언가를 먹을 생각이라면 미리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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