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O2O 시대에 ‘앱’ 하나 달랑 만들고 마는 정치권
  •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
  • 승인 2016.01.28 19:39
  • 호수 13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혁신을 위한 ‘빅데이터 정치’, 스몰 데이터부터 시작해야

정치는 이웃과의 소통이고 체험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하는 반장 선거, 회장 선거가 중요한 것도 직급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민주주의를 경험한다는 연유에서다. 생활정치는 민주주의 교과서이고, 이곳에서 만나고 토론해 지역의 현안을 고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 정치 수준의 바로미터다. 만난 적도 없는 총선 후보의 번지르르한 프로필과 언론을 통해 정제된 정보를 보는 것은 기존 정치와 아날로그 방송의 관행일 뿐이다.

바람직한 후보란 아침저녁으로 맞닥뜨리는 경비원의 복지 수준과 우리 아이의 학급 내 민주주의를 ‘와 닿는 정치’로 끌어낼 줄 아는 인물이다. 지금은 이런 사소한 일을 위해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에게 칭찬의 꼬리표(tag)를 달아 살피고 또 살펴 투표할 수도 있는 사물인터넷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O2O(Online to Offline), 즉 온라인의 정보가 오프라인으로 빠르게 스며들어 구체적인 사업으로, 일자리로, 제품으로 거듭나는데 유독 정치만 기술에 의한 혁신을 외면해왔다. 소셜 미디어, 사물인터넷, O2O, 핀테크 등 소통 기술은 큰 걸음을 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달랑 앱(app) 하나 개발하면 만사형통으로 착각한다. 분명, 총선이 다가오면 각개 후보들이 후보자만큼의 앱을 만드는 데 수백, 수천만 원씩을 쓰고 한 달도 안 되는 잔치가 끝나면 유령 앱들이 인터넷 공간을 표류할 전망이다. 낭비다.

4·13 총선 서울 마포 을에서 출마 준비 중인 여야 예비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트위터 내시’에게 포위당한 정치인들

우수한 사람만이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지난 17대, 18대, 19대 총선에서 평균 40% 내외로 국회의원을 바꾸었다. 그간 변한 것이 있는가. 생활정치 시대에 ‘비범한 학벌과 경력을 가진 분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동시에 기술혁신 시대에 ‘정치를 인물만 갈아치우면 달라진다’는 선전도 과대 광고다. 90일도 안 남은 20대 총선에서의 정치공학 하면, ‘여야의 구도와 바람, 그리고 인물’이 떠오른다. 이런 일들은 노련한 정치인, 심지어 사악해 보이는 정치꾼의 권모술수다.

반면, 공학자인 필자의 시각에서 ‘정치공학’은 엔지니어링(창의적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 등)적 측면에서의 ‘네트워크 정치’ ‘모바일 정치’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마트 플랫폼’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지지자를 위치 기반으로 추천하는 서비스’ ‘클라우드 정책 입안 기술’ ‘시민의 이름으로 만드는 법안 발의 서비스’ ‘거짓말을 해온 정치인의 말, 말, 말을 분석해 유권자에게 전달해주는 정보공개 시스템’ 등이라고 여겨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공학이 권모술수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치, 그리고 시민 참여를 돕는 기술적 과업으로 전환될 때, 총선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필자는 소셜 미디어를 총선에 활용하고자 하는 여야 의원을 만나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반짝 컴백형’이다. 평소 페이스북과 트위터, 심지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던 정치인이 갑자기 하루에 수십 개씩 사진을 공유한다. 그리고 ‘좋아요’ 숫자와 ‘공유’ 횟수에 그 효과가 있다고 착각한다. 해당 서비스에 들어가 보면 200~300명 내외의 지지자가 자기들끼리 좋아요, 좋아요, 자뻑에 빠진 모습이다. 소셜 미디어로 잠재 유권자와 상대 후보의 지지자를 빼앗아오는 등 외연이 넓어진 모습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둘째, ‘과다 노출형’이다. 자신의 자그마한 일거수일투족을 인터넷에 올린다. 그런데, 과연 의정용 같고 스토리가 없는 홍보성 사진과 글에 어떤 유권자가 관심을 갖겠는가. 자신의 모든 일상을 다 보여준다고 해도 감동 있는 한 줄의 글귀만 못할 때가 있다. 셋째, ‘정보 습득과 유통의 편식형’이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트위터 등에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하루 종일 자신의 열성 팬들과만 대화하는 정치인이 있다. 이분들은 언제 그 많은 국가 업무를 보시는지 궁금할 정도인데, 더 심각한 것은 정치 및 여론에 대한 판단이 비슷한 무리로 구성된 자신의 팔로워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는 심각한 정보 오류 및 해독의 착각에 빠지게 된다. 더러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음에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과 행동이 옳았다고 굳게 믿는 몇몇 의원은 이미 ‘트위터 내시(內侍)’에게 포위당한 경우다. 과연 이런 문제를 극복할 뉴미디어 기술로는 무엇이 있을까?

의원 대상 ‘빅브러더스’ 만드는 것도 필요

정당정치의 근간은 당원이다. 그러나 당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이름과 지역, 나이 등 정형 데이터 일색인데 이 데이터로는 빅데이터 분석이 불가능하다. 정당 공천에 실패한 후보가 무소속 등으로 출마하는 경우 승리 계산법은 무엇일까. 소선거구제에서 수년 동안 관리해온 자신의 핵심 지지층 수천 명일 것이다. 이들은 소선거구제에서 어느 시장 골목에 가면 유권자가 오고, 어느 사거리 지하철역 앞이 홍보하기 좋은 장소인지 빅데이터보다 잘 안다. 이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폐쇄형 네트워크인 카톡방이나 잘 정리된 전화인명부는 개별 정치인의 정치 자산이지만, 동시에 중앙당과 공유할 수 없는 혼자만의 ‘필살기’다. 정당 차원에서는 개별 의원 차원에서 관리해온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 직접 소통하는 채널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역구에 존재하는 지지자를 중앙당에서 파악하고 전체 총선 차원에서의 통합 전략과 해당 지역구 전략을 시나리오 기법으로 제시해야 한다.

소선거구제하에서 후보자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스킨십을 하려 한다. 이를 위해 위치 기반으로 유권자를 만나는 앱을 중앙당 또는 선관위에서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이 앱이 있으면 후보자가 유권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5~10명 소규모로 모인 유권자가 후보자를 만나자고 할 것이다. 후보자는 소규모 유권자를 조직하고 만나는 일정을 모바일로 할 수 있다. 이 모임은 지역 현안에 대해 생각하는 작은 그룹이나 총선 후보자를 만나고 싶은 팬모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페이스북의 팬페이지 활용 등을 통해 소규모 커뮤니티와의 위치 기반 미팅을 할 수 있으나, 총선에 최적화된 플랫폼은 아니다. 소선거구제를 위한 플랫폼에 페이스북 등의 여타 팬페이지,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 등이 연동되는 구조가 효과적일 것이다. 선관위나 중앙당 차원에서 전체 유권자와 후보자를 위해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 플랫폼으로 선출된 의원의 법안 발의와 지역구를 위한 공약 실천 여부, 언행에 대한 기록을 시민과 공유하는, 의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빅브러더스’(감시 시스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급여·권한·이권이 많은 공인이니만큼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