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 희비 가른 도서정가제 14개월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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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온라인‧중고도서 활짝…올해 저가‧스낵컬쳐 주목
지난해 2월 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판매대에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을 비롯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 사진=뉴스1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이후 업계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중고도서 시장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저가 도서와 스낵컬처 출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콘텐츠진흥원 보고서와 출판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지난 14개월을 돌아보고 향후 전망을 살폈다.

29일 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콘텐츠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업계에서 지난해 구간도서(발행 18개월이 넘은 도서) 유통은 위축세를 보이고 신간 출고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거처럼 큰 할인폭을 적용할 수 없게 되면서 구간 수요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간도서 문제는 업계 내부에서 미묘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한 대형출판사 편집자는 “대형출판사는 구간도서를 처리하는 게 과제다. 특히 문학전집을 내는 출판사는 이게 참 고민거리다.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건 H출판사 같은 중견업체다. 처리할 구간도 적고 신간 발행도 대형에 비해 뜸하다”고 밝혔다.

도서 유통 상황을 살피면 변화가 도드라진다. 콘텐츠진흥원은 “2015년 도서 출고량이 12.2% 감소해 최근 5년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특히 신간도서를 다시 주문하는 경우보다 구간도서를 다시 주문하는 경우가 더 감소했다.

지역 중소서점 매출·영업이익은 정가제 이전에 비해 증가했다. 하지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증가세는 더 컸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2015년 상반기 예스24의 매출액은 1733억 원으로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3억 원으로 518% 증가했다. 정가제 시행 이후 판매량이 감소하였으나 할인 폭이 줄어들어 권당 판매 단가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형서점도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으로 다시 성장세다. 교보문고의 경우 바로드림 서비스를 이용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매장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5%를 추가로 적립해준다. 정가제 이후 온라인서점 할인폭이 제한되면서 대형서점이 역으로 이득을 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출판사 관계자 역시 “출판사 공급률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서점들은 과거보다 조금 팔더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정가제로 가장 득을 본 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라며 “지금은 소비자와 생산자는 손해보고 중간에 유통을 하는 업체들만 유리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고서점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발행 18개월 이내 신간도서를 30% 할인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이어 인터파크와 예스24도 중고시장에 공세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월 1일 현재 알라딘은 전국에 총 2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인터파크는 중고책을 매입하는 북버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올 한해 주목받는 출판상품은 저가 이슈형 도서와 스낵컬처 출판이다. 스낵컬처는 출퇴근이나 휴식 등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뜻한다. 이 같은 문화트렌드가 출판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지식을 습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콘텐츠진흥원 측은 “문고본과 염가본 도서 발행 흐름에 이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최신 사회문화적 이슈를 소재로 한 미니 기획 도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더해 “초간단 콘텐츠가 향후 출판시장 확산에 있어 잠재요인으로 작용해 파트별 판매가 가능한 데이터형 전자책 등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출판사 편집자 역시 “도서정가제 이후 책이 저렴해질 것이라는 소비자 예상과 달리 전혀 내리지 않았다. 최근 소비자들은 두꺼운 책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며 “책값이 싸지려면 페이지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 200쪽이 안 되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앞으로는 더 경량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정부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일부 외국 간행물을 포함하고 정가제 위반 과태료도 올리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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