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은 2017년 대선 전초전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2.02 17:04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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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대권 잠룡들의 총선 지형도 분석

20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4월13일 치러질 20대 총선은 국민의 새로운 대리인을 뽑는 것 외에도 2017년에 있을 19대 대선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에게 20대 총선은 자신의 대운(大運)을 점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현 시점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0석을 목표로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과 험지 출마 논란, 친박(親박근혜)의 견제로 인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고전할 경우 친박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또 비박(非박근혜)계의 외면도 따라올 수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에 앉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를 영입하는 등 인재 영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안 의원의 국민의당은 최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부(國父) 발언과 이희호 여사 예방 당시 녹취록 공개, 동교동계 및 김한길계와의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렸다.

유력 주자 외에도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김문수·김부겸·안대희 후보도 총선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현재 원외에 있지만 20대 총선을 계기로 원내에 복귀할 경우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리란 것은 분명하다. 시사저널은 총선에 임하는 대권 잠룡들의 현주소와 향후 전략을 짚어봤다.

김무성, 총선 180석 달성에 ‘올인’

현재 여권에서 가장 확실한 대권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스스로 언급한 ‘총선 180석 달성’ 여부와 친박계를 비롯한 당내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총선을 80여 일 앞둔 1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총선 180석’과 ‘험지출마론’, ‘상향식 공천제’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180석 확보를 강조한 배경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들었다.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선진화법은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킨 악법 중 악법”이라며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가 180석”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흐름 자체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200석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야권의 총선 패배는 확실한 상태고, 새누리당이 얼마나 압승을 거두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새누리당 중앙당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과반 달성만으로 승리했다고 보기 힘들다. 180석은 해야 의미 있는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총선 180석’ 목표는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당내 갈등 봉합 문제도 있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밀어붙인 ‘험지출마론’과 ‘상향식 공천’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김 대표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청받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 출마 지역을 확정했다. 부산 해운대에 출마하려 했던 안 전 대법관은 김 대표가 제시한 지역에 들어 있지 않은 서울 마포 갑으로 지역구를 옮겼으며, 오 전 시장은 종로 출마를 강행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대구 수성 갑 출마를 고수했다. 세 사람 모두 김 대표의 추천 지역을 선택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내 유력 주자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던 김 대표가 자신의 출마 지역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수도권 차출론이 확산되던 지난해 12월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며 기존 지역구인 부산 영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발언 이후 당내에서는 “내부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험지차출론’을 꺼냈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여전히 힘겨루기 중인 친박계와의 갈등도 봉합되기는커녕 증폭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김 대표가 작심하고 밀어붙이는 ‘상향식 공천제’도 내부 잡음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까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 대표는 한 술 더 떠 자신이 ‘실패한 법’으로 규정한 국회선진 화법의 통과 배경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었다고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상향식 공천제 논란을 두고 친박계와 박근혜 대통령의 공동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청와대·친박계와 갈등을 이어왔다. 자신의 개혁안인 ‘상향식 공천제’에 친박계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대한 반감도 담겨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월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文 ‘출마 요구’ 직면…安 지역구 격전지 부상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쪼개진 야권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신의 한 수’로 꼽히는 김종인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에 앉히는 데 성공하며 인재 영입에서 앞서가는 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 의원은 거듭되는 악재에 당혹해하는 눈치다.

문 전 대표는 1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후 1월27일 당 대표직을 공식 사퇴했다. 그는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 의원이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2선 후퇴’가 아닌 완전 사퇴 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더민주 내의 탈당 분위기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탈당 전망이 유력했던 박영선 의원도 잔류를 선언하고, 인재 영입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자 더민주 내에서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민주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당 내외의 분위기가 반등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대로 잘 가꿔나간다면새누리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출마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더민주에 복귀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1월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해 혁신위원장 하면서 문재인 대표에게 부산 등 험지 출마를 요청했었다”며 문 대표의 총선 출마를 요청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이철희 뉴파티위원장도 1월26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뜻이 있다면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고말했다. 문 전 대표는 경남 양산에서 설 연휴를 지낸 후 구체적인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후 창당을 선언한 국민의당은 최근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부 발언논란’과 이희호 여사 예방 당시의 녹취록 공개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신당에 합류한 동교동계 및 김한길계 등과의 갈등설도 불거지면서 상승 기류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1월24일 여의도 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안 의원은 개인적으로 지역구인 서울 노원 병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한때 불출마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직접 나서서 “불출마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노원 병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만약 노회찬 전 의원마저 이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서울 시내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준석 전 위원은 1월24일 노원 병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고향에 돌아오는 연어에, 안 의원을 불곰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은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와 보궐 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의 대결”로 규정하며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야권에서도 이동학 전 더민주 혁신위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노원 병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만약 경남 창원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노회찬 전 의원이 끝내 노원 병 출마를 결정하게 될 경우 ‘일여다야(一與多野)’의 복잡한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게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이 전 위원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의원의 수성(守成)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안대희·오세훈·김부겸, ‘잠룡’ 반열

20대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할 경우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이들은 더 있다. 우선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물러난 후 이번 총선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무상급식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구에서 삼수에 나서는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있다. 총선에서 살아남는다면 각각 당내에서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 출마를 준비하던 중 서울 마포 갑 출마로 방향을 선회했다. 안 전 대법관은 친박계가 선택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여당 내부에서는 “안 전 대법관의 부산 해운대 출마는 친박계의 작품”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의 ‘험지차출론’이 등장하자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지역구가 확정되지 않자 결국 마포 갑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험지 출마를 제안받았으나 결국 종로를 선택했다. 만약 오 전 시장이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현역인 정세균 더민주 의원을 꺾을 경우 당내 입지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하게 된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40.4%를 득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김 전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김 전 도지사를 15%포인트 정도 앞서며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대구 당선은 다른 곳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김 전 의원은 떠오르는 대권 주자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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