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 위기]① ‘빚쟁이’ 조선 빅3, 올해도 가시밭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2.02 17:59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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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불황 지속...체질개선 필요" - 산업연구원
대우조선해양 쇄빙 액화천연가스운반선. /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 수출산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달 수출액은 357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8.5% 급락했다.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유가 급락이 석유화학을 얼렸고, 플랜트 가뭄에 조선사 실적은 바닥을 쳤다. 세계 수위를 다투던 국내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멈춰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계는 희망을 말하지만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각 산업군 앞에 놓인 장애물을 진단하고, 불황 늪을 헤쳐 나갈 업체별 비기(祕器)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바야흐로 조선 암흑기다. 지난해 국내 대형 3사가 쌓은 빚만 7조원이다. 경기 불황과 해양플랜트 악재가 겹치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으로 임직원 3000여 명을 내보냈지만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다.

불황이 비단 한국 조선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촌에 불어 닥친 경기불황은 전 세계 조선·해운·해양산업 모두를 얼렸다. 수주와 건조량은 바닥을 쳤다. 떨어진 유가에 해양 플랜트 수요마저 줄었다. 여건은 최악이지만 조선 3사는 희망을 말한다. 지난해 실적에 적자 대부분을 반영했고, 올해 수익 구조 재편 등을 통해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 나아진 4분기 실적에 조선사 “회복 자신”

지난해 조선 대형 3사에 대한 우려가 치솟은 시점은 동반 적자를 기록한 3분기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실적 바닥을 쳤다. 이제는 올라갈 일 밖에 없다”고 반전을 자신한다. 지난 4분기 실적지표에서 3분기와는 다른 모습을 실현했다.

삼성중공업은 1일 4분기 매출액 3조2290억원, 영업이익 29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1조5000억원이었으로 4분기 흑자전환을 통해 업계 우려를 상당 부문 해소했다.

정동익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신규수주는 상선 39억달러, 해양플랜트 61억 달러 등 총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신규수주 예상전망치로 전년대비 25% 증가한 125억 달러로 제시했다”며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현재 단독협상중인 모잠비크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의 연내발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수주는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온 상태에서, 남은 두 업체 성적은 베일에 쌓여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중 지난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3사 모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등 부실을 털어냈기에 적자폭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박무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흑자 전환과 함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4분기 적자를 상당 부문 줄여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4분기 이후 최저점은 지났지만 1월 수주 ‘0건’

조선 3사가 반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연초 실적은 바닥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월 수주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형 3사 월 수주량이 동시에 0을 기록하기는 처음이다.

조선·해양산업은 운송과 제조, 정보통신(IT), 건설업 등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산업군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 변동에 예민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반등할 수 있지만 상승폭은 미미할 것으로 진단한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저유가가 조선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악화일로를 거듭한 조선사들에겐 비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치를 3.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3.8%라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지표는 나아졌지만 저유가로 회복세가 완만할 수 있다”며 “친환경 선박 니즈(Needs) 역시 유가 하락으로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사 일거리를 나타내는 수주잔고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작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과 발주액은 3377만CGT와 690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각각 24.1%, 38.9%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 올해 수주잔량은 지난해 보다 14.5% 줄어든 2650만CGT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전문가 “수주절벽, 장기적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조선 3사는 수주절벽에 대비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조직을 간소화하고 일부 인력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적자를 기록한 사업체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불필요한 자원낭비부터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3월부터 해양플랜트 공장인 울산 온산의 해양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의 “저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경영효율을 떨어뜨리는 공장은 과감히 정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올해 대우조선 수주잔고는 886만1000CGT로 전년 보다 6.2% 증가한 상태다. 조선 3사 중 일감은 가장 많다. 자회사 청산 및 매각,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 사업규모 축소 및 매각, 서울 본사 사옥 정리 등 경영정상화 자구안을 실행중이다. 이외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4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유동성 숨통을 틔웠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전년 보다 1.9% 감소한 510만9000CGT다. 다만 FLNG 2개 프로젝트 때문에 수주 전망이 3사 중 가장 좋다. ENI의 모잠비크 Coral FLNG와 우선협상 중에 있고, 호주 서북부 해상에 위치한 브로즈(Browse) 광구의 상부 원유시설(Topside) 계약도 하반기 기대하고 있다. 2개 사업 모두 본 계약에 성공할 경우 100억 달러 규모의 신주 수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조선강대국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기적 자구책과 별개로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학계, 기업체 간 소통이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주도하는 해양플랜트 기술인력 양성 및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 프로젝트 실패 경험들을 투명하게 공개해 실패 사례집 등을 만드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거처럼 팔을 비트는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철저한 수익성 연구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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