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법원 출석..."신정숙, 남편 파면때문에 소송"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2.03 18:25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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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법정 출석..."50대 때와 판단력 차이 없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재동 소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 첫 심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법원에 걸어서 출석하며 건강이상설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인인 동생 신정숙씨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신 총괄회장은 3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김성우 판사)가 진행한 자신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 첫 번째 심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공판 15분 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 홍보 담당자인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 등과 함께 서울 양재동 소재 가정법원 지하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를 타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직접 걸어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갔다. 주변 부축을 받지 않고 걷는 모습을 보였다. 귀가 시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 차량에 탑승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당초 불출석하지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김 변호사는 "고령이시고 휠체어를 타야하는 등 거동이 불편하셔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보다는 재판부 출장검증 절차를 받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본인이 객관적으로 건강상태 증명을 위해선 법정에서의 직접 진술이 필요하다며 법정 출두를 강행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고집이 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심리 과정에서도 이번 소송 자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법정에서 "도대체 왜 내가 판단력때문에 여기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에게 임의로 고른 질문을 던졌다. 김 변호사는 "대답을 잘 하셨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생년월일에 대해 정확히 답했다. 재판부의 "본인 판단력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에는 "지금 판단능력은 50대(당시)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은 사건 신청인인 신정숙씨를 여러 차례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원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신씨와 관련해 "내가 신정숙이 남편을 롯데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과오로 파면시켰다. 그것때문에 걔가 그런 것인가"라며 합승했던 인사들에게 토로했다. 심리 과정에서도 "신정숙이 신청했다는데 걔 판단능력이 이상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사실 확인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청취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재판부가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 총괄회장 측과 신씨 측과의 협의를 통해 병원을 선택해 건강상태 검증에 나서게 된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입원을 통한 감정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 절차 후 재판부 최종 결론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최장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성년후견인 신청 사건은 통상 3~4개월, 길면 6개월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수창 변호사는 "대략 5~6개월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신청인인 신씨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소송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신씨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경영권 문제는 전혀 모른다"며 "언론에 나오는 그것(여동생으로서의 걱정)이 배경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신 총괄회장 판단력 이상 여부는 두 아들이 벌이고 있는 롯데 경영권 분쟁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공개적으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지지를 엎고 경영권 향배의 키를 쥐고 있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 판단력에 온전치 못하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롯데 측은 한국과 일본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 건강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이를 공론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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