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돈만큼 합당한 대우 해줘야”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2.04 11:44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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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여유국 한국대표처 신희준 대표 인터뷰…“품질 관광 이뤄질 때 더 많은 관광객 한국 찾을 것”

중국 쓰촨성(四川省) 여유국 한국대표처 신희준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쓰촨성 자랑을 늘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쓰촨성을 방문했다는 그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어느 여행지나 그렇겠지만 쓰촨성은 직접 가서 보면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쓰촨에 도착하는 순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한 곳 1위인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품고, 중국인이 꼽은 가장 행복한 도시 청두(成都)를 성도로 둔 중국 남서부 양쯔 강 상류 지역의 성(省). 전 세계 판다 80%가 서식하며 측천무후·덩샤오핑·이태백 등 걸출한 인물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4.8배로 중국에서 4번째로 큰 성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않아 자연·문화경관이 잘 보존돼 있지만 2010년대 이후 상업 개발도 본격화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희준 대표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80여 개 기업이 이미 이곳에 진출해 있다”며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의해 10년 내 가장 발전할 지역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쓰촨은 기회의 땅이다.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이 지역 관광산업과 연대한다면 대한민국이 문화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리다매식 관광산업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쓰촨성 여유국 한국대표처는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사무국을 개소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프랑스, 홍콩·마카오, 일본에 이어 해외에 4번째로 설립된 대표처로 쓰촨성 문화관광에 대한 홍보 마케팅을 총괄하며 쓰촨성 예산으로 운영되는 별도 법인이다. 일종의 현지화 전략으로 현지 파트너를 찾아서 법인을 만들고 그 법인을 대표처로 선정한 것이다.

“민간단체 및 업체만으로는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관(官)의 성격을 띤 한국대표처를 설립해 현지 전문가가 직접 현지 여행사 및 업체를 연결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쓰촨성 여유국과 소통하며 기존 여행업체들과는 다른 고급 여행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4년 중국 정부와 일하려면 필수라는 ‘관시(關系)’ 하나 없이 맨땅에 헤딩해 중국 정부의 신뢰를 얻어낸 토종 한국인 신희준 대표의 뚝심이 일궈낸 성과였다.

그는 오랫동안 서울시관광협회에 몸담으며 관광산업에 대해 나름의 연구를 해왔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대선 캠프에 들어가 관광산업 전략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에 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가장 큰 문제가 한국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단순히 관광 명소 몇 군데에 가 사진 찍고 오는 식의 관광이 아닌 고급 관광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고급 관광과 품질 관광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해 보였다. 그는 “기존의 박리다매식 관광산업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단언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돈을 더 들여서라도 질 좋은, 내게 맞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결국 여행도 질적으로 우위에 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품질 관광이다.

품질 정상화는 가격 정상화로 이어진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국인 관광객의 불편 사항 가운데 언어 소통, 안내표지판 부족, 비싼 가격 등이 상위에 올랐다. 일부 여행업체들에서는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보다는 사후 면세점 4~5군데를 돌며 ‘돈 쓰고 가라’는 식의 여행 코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여행사가 지나치게 중간 수수료를 부과해 협력 파트너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라시아 국제관광교육전 열 예정”

신희준 대표는 “방문객들이 한국에서 쓴 돈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품질 관광과 그에 따른 가격 정상화가 이뤄질 때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촨성 사람들은 먼저 신뢰를 주면 그 이상의 신뢰로 응답한다. 쓰촨은 지난해 지혜관광 시스템(한국의 창조관광과 유사한 개념)을 만들어 관광 품질 관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품질 관광에 대한 니즈(욕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중요한 건 쌍방 교류다. 쓰촨성은 중국 내에서 문화적·지리적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신문화유산이 발달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선한 마음을 하나로 뭉치면 전 세계를 선의의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

쓰촨성 여유국 한국대표처는 올해의 모토로 공생의 정신을 담은 ‘선취환취(善聚聚)’를 내세웠다. 신희준 대표의 목표이기도 하다.

“관광 사업을 하는 사람들 간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안에 쓰촨성에서 한국·중국·인도, 그리고 일본까지 한데 묶어 유라시아 국제관광교육전을 열 예정이다.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 같은 네트워킹으로 극복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쓰촨성과 한국 간 품질 관광 제고를 위한 그의 다음 계획은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er)’ 양성이다. 세계 최대 여행 리뷰 사이트의 이름이자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고급 여행 전문가를 일컫는 트립어드바이저는 매년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군으로 꼽히기도 한다. 신희준 대표는 “2013년 기준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4300여 명의 트립어드바이저가 13조원의 매출을 냈다”며 “자질이 아닌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유명 트립어드바이저를 영입해 쓰촨성 여유국 대표처에서 국내 여행업체 종사자 및 관계자 교육을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 여행업은 네트워크와 신용으로 운영될 것이다. 쓰촨성 여유국 한국대표처는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객 혹은 영세한 여행사, 숙박업체, 항공사 등을 연결시켜줄 계획이다. 저비용·고효율의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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