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총구를 피해라!”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2.04 14:25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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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 과잉 사용 논란’ 한창인 미국에서 지켜야 할 7가지 행동 팁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많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는 변명이 될 수 없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을 거둔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나는 미칠 지경이다.”

지난 1월5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뺨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총기 규제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총기 난사 사건에도 미국 의회에서 총기산업체의 강력한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에 의해 총기를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자, 오바마는 결국 행정명령이라는 조치를 통해 총기 규제에 나섰다. 이날 발표한 행정명령은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에 대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고, 총기를 판매하는 사람도 총기 판매인으로 연방 당국에 등록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총기가 범죄자나 정신이상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막아 총기 사건을 줄이자는 의도다.

2014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경찰국 앞에서 ‘경찰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경찰관과의 갈등은 사전에 피하라

오바마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에 관한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공화당 출신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그의 말이 수정헌법 2조를 능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은 총기 소유는 수정헌법에 규정된 권리이며 총기 사건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잘못이지 총기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의 오바마 연방정부와 다르게 공화당이 장악한 각 주(州)의 정부들은 총기 휴대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른바 ‘오픈 캐리(Open Carry)’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주에서도 지난해 통과된 이 법이 올해부터 시행돼 누구나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뉴욕·플로리다·캘리포니아·일리노이·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를 제외하고 45개 주가 권총 휴대를 허용했다.

총기 휴대의 자유화를 두고 시민들의 공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그 반대로 총기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총기 휴대의 확대가 오히려 경찰관들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총기 규제 문제와 함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에 의한 총격 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경찰관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 되고 말았다.

약 5년 전인 2011년 필자가 직접 경험한 일이다. 추수감사절(미국은 11월 넷째 목요일) 새벽 뉴욕 주 외곽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필자의 차 엔진이 갑자기 고장 났다.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하고 긴급전화(911)로 신고하자 한 시간 정도 지나 경찰이 도착했다. 필자는 경찰차를 보자 너무 반가워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갔다. 그때였다. “움직이지 마! 차 안으로 들어가!(Don’t move, Get in the car!)”라는 음성이 경찰차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밖으로 나온 한 명의 경찰관은 손을 자신이 찬 권총에 갖다 댔다. 순간 혼비백산한 나는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고장 난 차라는 것을 알고 왔을 것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것은 필자의 방심이 낳은 실수였다.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차를 검문(pull over)하면 면허증과 차 등록증, 보험증 등을 요구한다. 어떤 흑인 운전자가 차량 대시보드에 있는 차 등록증을 급히 꺼내려다 권총과 비슷한 물건이 나오자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해 초 뉴욕에서 연인과 함께 빌라에서 비상구를 따라 내려오던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이 이제 갓 뉴욕 경찰(NYPD)에 입문한 새내기 경찰관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도 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계단을 내려오는 흑인에게서 두려움을 느낀 신입 경찰이 총을 발사해 흑인이 사망한 것이다.

미국인들도 최근 경찰관의 공권력 남용이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전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테러리스트 색출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관의 공권력 과잉 행사가 묵인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경찰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필자와 직접 만난 한 뉴욕 경찰관은 최근 경찰의 과잉 대응 문제를 이야기하자 대뜸 “그럼 직접 경찰관이 되어보라”고 언성을 높였다. 총기 소지가 금지된 뉴욕이지만, 범죄 혐의자는 얼마든지 권총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현실이어서 경찰관은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된 반론이었다. 올해 흑인 청년들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항의가 거세지자, 이에 관해 복수를 하겠다며 한 흑인 청년이 뉴욕에 와서 경찰차에 타고 있던 뉴욕 경찰관 두 명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는 사건도 있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위험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과잉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미국 경찰 앞에선 ‘느린 거북이’가 되라

지난해 12월28일 워싱턴포스트는 2015년에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965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애초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집계한 400여 명의 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2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는 총기나 기타 물체를 소지한 사람이었지만, 비무장 상태이거나 무장 여부가 불분명한 사망자도 120명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인구 비중을 고려하면 비무장 흑인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백인에 비해 6배에 달한다고도 밝혔다. 그만큼 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살아가거나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가급적 최대한 경찰과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위한 7가지 팁을 소개한다.

2015년 4월29일(현지 시각) 미국 볼티모어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프레디 그레이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AP연합

1. 경찰차를 절대 추월하지 마라.

보통 뉴욕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속 50㎞ 정도로 달리면 경찰에게 속도위반으로 걸리지는 않는다. 대개 순찰 등으로 다소 느리게 주행하는 경찰차가 있는데, 이를 보고도 제한 속도까지는 내라고 쑥 앞서 가버리면 경찰차가 따라붙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차에 일거리(?)를 주지 말고 가급적 경찰차 뒤에서 조용히 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다고 예를 들어 시속 40마일 제한 구역에서 시속 10마일로 달리고 있는 경찰차도 추월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경찰차는 업무 등 어떤 이유에서 천천히 달릴 수 있다. 거북이처럼 늦게 가고 있는 경찰차도 추월하지 않고 경찰차 꽁무니를 따라가면 경찰이 더 이상하게 생각한다. 추월 신호(좌회전 신호 등)를 넣고 법규에 따라 추월해 가면 된다.

 

2. 경찰차가 없다고 안심하지 마라.

미국은 이른바 ‘언더커버(Undercover·위장 경찰)’가 일반화되어 있는 사회다. 주로 속도위반을 단속하는 경찰차는 일반인 차량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특히, 뉴욕 시 한인 사회 지역에 있는 현지 경찰은 뉴욕에서 흔한 ‘옐로 캡’(노란색 택시)을 그대로 흉내 내 마치 택시인 것처럼 위장한 채 단속을 펼치기도 한다. 경찰차가 없다고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방심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다.

 

3. 경찰에게 걸리면 절대 빨리 움직이지 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의 과잉 대응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팁이다. 검문에 걸리면 경찰이 다가올 때까지 조용히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기다려야 한다. 경찰관이 요구하는 면허증과 등록증을 찾을 때도 가급적 천천히 몸을 움직여 경찰에 대항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고히 줘야 한다. 경찰의 허가 없이 차 밖으로 함부로 나오는 것은 특히 금물이다. 경찰에게 걸리면 행동은 거북이가 되어야 한다.

 

4. 경찰관과의 시비는 절대 금물이다.

미국에서 아무리 자신의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경찰관과 시비해서 덕을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티켓이나 벌금고지서를 받더라도 얼마든지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 법정에서 다툴 수 있다. 현장에서 경찰관과 시비를 하는 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관이 열을 받아 바로 체포해 나중에 풀려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경찰관의 불법성을 따지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 경찰관과 시비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5. 경찰관에게 ‘한 번 봐달라’ 소리는 절대 하지 마라.

영어가 좀 된다고 단속 경찰관에게 한 번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관에게 불법행위를 눈감아달라고 한 또 다른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인간적으로 깔끔히 인정하고 티켓 등을 받는 것이 상책이다. 위반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이야기해도 되지만, 티켓을 한 번 봐달라는 이야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6. 경찰의 ‘함정 단속’에 억울해하지 마라.

현지 경찰은 누구나 안 걸릴 수 없는 곳에서 함정 단속을 하기 일쑤다. 세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한인들이 흔히 경찰관과 시비가 붙는 경우가 함정 단속에 걸렸을 때다. 너무 억울한 마음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또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함정 단속은 이미 상대 경찰관이 티켓을 끊기로 작정한 지역이다. 정말 억울하면 법원에서 따질 일이지, 현장에서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7. 경찰관과 눈을 마주하고 웃어라.

우리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단속에 걸리면 경찰관과 눈을 마주하고 살짝 웃는 것이 가장 상책이다. 동양인이라고 하더라도 눈을 마주하고 살짝 웃으면서 면허증과 등록증을 천천히 내어주면 불가피한 갈등은 생기지 않는다. 어떨 때는 해당 경찰관이 벌금 티켓이 아니라 경고장 정도로 그치기도 한다. 단속되었다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것이 아니라, 눈을 마주하고 웃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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