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전기차충전소 모뎀 설치 안한채 방치
  • 정지원 기자 (yuan@sisapress.com)
  • 승인 2016.02.04 18:30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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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 관리 방만이 인프라 부족보다 문제
현대차남부서비스센터에 소재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레이EV차량이 충전중이다. / 사진=전기차 동호회

혈세를 들여 대당 6000만~7000만원을 주고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 10여 군데가 모뎀도 갖춰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뎀이 설치되지 않으면 충전소에서 현재 다른 차량이 충전중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다른 차량이 충전중일 경우 대기해야 한다. 그러면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인근 충전소로 이동하다 차량이 방전돼 멈춰서면 방법은 견인뿐이다.

계속되는 요구에도 설치가 늦어지고 있어 관리방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관련기관들은 책임 떠넘기기 바빠

국내 전기차충전소 설치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에 관련실태에 대해 문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충전기 설치는 한국환경공단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충전기에 내장된 모뎀 설치와 충전기 관리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담당”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자동차환경협회에 다시 물었다. 모뎀설치 책임은 협회에 있지 않냐는 질문에 협회관계자는 “환경공단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못받아서 날짜를 모른다”며 다시 공단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계속해서 묻자 오히려 “해당 정보가 왜 필요하냐”며 날을 세웠다.

또 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 업데이트한 충전소들이라 모뎀설치가 안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충전소 설치가 업데이트된 지 20여일 된 시점이었다. 계속해서 민원을 넣자 “그래도 충전은 된다”며 말했다.

결국 공단과 협회 어느쪽에서도 모뎀설치 일정 등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모뎀 미설치 충전소 모두 21곳...10군데는 6주 넘게 모뎀 설치 안된 채 방치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http://www.ev.or.kr/monitor.do)에서 충전소를 검색하면 현재 충전 중인 충전소는 빨간불로, 대기중인 충전소는 초록불로 표시된다.

인프라 시스템 상에서 회색으로 표시돼 충전여부를 알 수 없는 충전소는 모두 21곳이다. 그 중 6주가 넘게 모뎀이 미설치된 곳은 10군데에 달한다. 해당 충전소는 인천시청, 영등포공영주차장, 노원에코센터, 대구시청, 울산시청, 영광군 수변공원, 영광군청, 새만금경제자유구역사업단, 당진시청, 영월스포츠파크 실내수영장 등이다. 

이에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을 비롯해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와 전기차 택시운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기차 카셰어링 이용자들은 충전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에도 카셰어링 이용요금을 내야한다. 시간당 가장 저렴한 이용요금은 5000원이다.

한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 관계자는 “충전중인지 확인이 안 되면 (사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또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 씨티카 관계자는 “모뎀이 설치돼 있지 않으면 굉장히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기차가 방전돼 멈추면 견인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견인비는 이용자 본인 부담으로 약 15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택시기사들은 충전시간이 수입과 직결돼 곤란을 겪고 있다. 충전시간엔 손님을 태우거나 차량을 제공할 수 없다. 전기차 택시기사들은 짧은 주행거리 탓에 장거리 고객을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석준 전기차 택시기사는 “충전 대기시간에 대한 부담이 커 멀더라도 회사로 다시 돌아와 충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에서 전기차를 2년 넘게 운전해 온 김석주씨는 “전기차 충전소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서 세금을 들여 충전소 세워봐야 뭐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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