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바이러스’ 국내 감염 가능성은 희박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2.06 10:22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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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브라질 등 남미 여행 자제 권고…치료제·백신 없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콜롬비아의 보건 당국 관계자가 1월26일 예방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

‘소두증(小頭症)’은 머리 크기가 정상보다 작은 선천성 기형의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머리 둘레가 32㎝ 이하인 신생아의 경우를 소두증으로 간주한다. 최근 브라질 등지에서 소두증이 빠르게 확산 중이어서 지구촌을 다시 한 번 ‘바이러스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브라질에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656개 도시에서 3000건에 가까운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40여 명의 신생아가 소두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브라질 보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안전할까.


원인으로 ‘이집트 숲 모기’가 꼽힌다. 뎅기열(급성 열성 질환)을 일으키는 그 모기다. 이 모기는 ‘지카(zika) 바이러스’도 옮기는데, 이것이 소두증과 연관된 것으로 세계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26만6000명 규모의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1월 말까지 이집트 숲 모기에 대한 방역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국내에는 이 모기가 없다. 다만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흰줄 숲 모기’가 서식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 모기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없다.

일반인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7일간 미열, 피부 발진, 결막염(충혈) 등이 생기는 정도로 지나간다. 사망에 이른다거나 사람 간 전파 사례는 없다. 수혈이나 성관계로 전파됐다는 보고는 있지만 이례적인 경우다. 문제는 임신부다. 임신부가 감염돼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출산을 하다 보니 소두증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바이러스가 태아의 뇌로 침범해 뇌 발육을 저하시키거나 뇌를 파괴해 소두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고, 태어나도 뇌 발육이 떨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살아남아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일주일 정도 미열·피부발진·결막염 증세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WHO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따라서 남미 등지로의 여행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여행을 삼갈 지역은 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 등 중남미와 사모아(남태평양), 카보베르데(아프리카) 등지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오는 8월 세계인의 대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 남미 지역의 8월은 겨울이지만, 추운 지역은 아니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꼭 그 지역으로 갈 계획이라면 야외에서 피부 노출을 최대한 삼가고, 노출된 피부에는 모기 기피제를 뿌려주는 게 좋다. 잘 때는 모기장을 치고, 살충제를 뿌리는 게 안전하다. 이집트 숲 모기는 아침부터 낮까지 주로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활동한다.

이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7~14일이다. 남미 여행을 갔다 와서 의심 증상이 생기면 보건 당국에 신고해서 검사받아야 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작다”며 “임신부는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일반인도 동남아 지역이나 남미 등지로 여행할 계획이라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팔 셔츠와 모기 기피제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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