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운전자들 “충전소 있으나마나”
  • 정지원 기자 (yuan@sisapress.com)
  • 승인 2016.02.11 08:16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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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차량, 전기차 충전소 앞 주차
전기차 충전소에 가솔린이나 경유 차량 등 일반차량이 주차한 모습 / 사진=전기차 동호회

# “잔여배터리가 네 칸 정도 남아 불안한 마음에 급히 이마트 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그런데 충전기 앞에 전기차가 아닌 일반차량(스파크)이 버젓이 주차돼 있어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없이 10㎞ 떨어진 다른 충전소로 향했다”-이브이넛트(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 회원)

# “지난해 창원시에서 5기씩 다섯군데에 충전기 25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하지만 일반차량이 충전기 앞에 주차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충전하는 사람 입장에선 충전기가 있어도 쓸 수 없으면 있으나 마나한 것”-창원에서 2년 간 스파크EV 탄 이상욱씨

전기차 충전소에 가솔린이나 경유차량 등 일반차량이 주차하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탓에 전기차 운전자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 충전소 세웠으면 끝…관리인·과태료 없어 

전기차 충전기는 주차장에 설치돼있다. 그러나 셀프충전방식으로 운영돼 관리인이 없다보니 일반차량이 전기차 충전기 앞에 주차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차주에게 직접 전화해 차를 빼달라고 해야 한다. 차주와 연락이 안되면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거나 다른 충전소로 이동해야 한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과태료 등 법적 제재를 가하거나 관리인을 두는 등 정부의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에서 2년 간 스파크EV 탄 이상욱씨는 “경찰서, 생활불편스마트신고(행정자치부 앱),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등 민원을 수차례 넣었지만 그 때뿐이었다”라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관리인을 둬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앞 일반차량 주차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차량의 주차를 금지하는 입간판을 설치하거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충전소에 주차한 일반차량에 대해 과태료 부과나 견인 등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규 환경정책실 기후대기정책관 교통환경과 주무관은 “그동안 전기차는 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지난달 19일 친환경차에 대해서도 전용주차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법이 생겨서 7월부터 시행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전기차 충전소 앞 일반차량 주차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지자체, 충전소 입지 선정에 신중해야"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전기차 충전기 앞 일반차량 주차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정된 주차공간을 두고 일반차량 운전자들과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승욱씨는 "매일 오전 8시 20분에서 9시 사이에 창원축구센터 충전소에 주차한다. 그런데 일반차량들이 매일같이 충전소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면 차주가 차를 빼줄 때까지 기다려서 주차하는 수밖에 없다"며 "일반차량 차주들 입장에서도 주차공간이 부족하니 그냥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차공간이 충분한 곳에서는 충전기 앞 일반차량 주차문제가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한다. 서울 마포공영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가 그 중 하나다. 마포공영주차장 관리인은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아 굳이 충전소 앞에 세우지 않는다. 민원이 들어온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충전소 위치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각 지자체가 충전소 입지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실사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현재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지적하며 "기존 주차장에 공간을 더 확보하지 않고 충전기만 설치해서 그렇다", "충전기를 복잡한 주차공간에 설치한 것도 문제"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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