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부실 선제적 차단해야"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2.12 10:31
  • 호수 137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오전 산업은행 본점서 취임식
KDB산업은행의 새 수장으로 임명된 이동걸 회장이 12일 오전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산업은행 본연의 임무인 공공성에 충실해 관리기업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구조조정의 원칙을 확실히 세우겠다"며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과 한계기업에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매 순간 냉철함을 잊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 없도록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겠다며 "국가경제의 흐름이 선순환 되도록 금융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금융의 큰형다운 모습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KDB’를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세계시장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Global KDB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위기를 위기로만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라며 "경영진이 솔선수범,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 취임사 전문>

62년 역사와 빛나는 전통 속에 금융한국을 선도해온 금융의 명가 KDB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산은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특히,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는 금융업은 생존의 Key를 찾기 위해 더욱 더 고민해야 합니다. 디지털, 바이오, 나노,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Computer를 활용한 정보화·자동화 시대를 넘어 금융업에도 Uber Moment를 가져올 것입니다.

금융의 상당 부분들이 스마트 폰, 모바일 메신저 등 핀테크로 대체되어 향후 10년 내에 금융직군의 50%가 소멸될 것이란 예상은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생존전략을 가져가야 될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Factor입니다. 

닥쳐오는 변화, 극복해야 할 역경을 우리 스스로 헤쳐 나아가지 않으면 존립마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되물어 볼 때 그 답은 혁신과 변화, 그리고 절실함이라고 믿습니다.

남들이 가는 길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갈 수 있는 굳센 의지만이 역경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임직원들에게 혁신과 변화에 대해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는 강한 조직을 만들어 나갑시다.
필름시대의 종말과 함께 파산한 코닥과는 달리, 혁신 DNA를 보유한 후지필름은 원재료인 콜라겐을 활용하여 화장품, 의약품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유태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30%, 세계 50대 부자의 20%를 배출한 바 있으며, AP,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계부터 헐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4차례의 중동전쟁에서는 인구가 20배 이상 많은 아랍국가연합을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무엇이 후지필름과 유태인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어진 환경을 이기는 지혜, 절박함입니다. 

KDB는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2015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잠재적 부실요인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나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혁신은 생각에 있지 않고 행동에 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보유한 조직이라도 적당히 해서는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KDB에게 필요한 것이야 말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 바로 절박함입니다. 

그 절박함으로 KDB만의 강점을 찾아내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하고 강력한 KDB를 만들어 한국금융의 희망, 세계금융을 향한 First Mover가 되도록 합시다

둘째, 개혁과 변화의 중심이 됩시다. 

KDB는 강력한 브랜드와 맨파워,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지명도 등 훌륭한 환경 속에 있습니다만,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하는 궂은 일에 과감히 나서주기 바랍니다. 거기에 우리의 길이 있습니다. 작은 일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주인정신, 열정, 자신감을 갖고 ‘Can Do’를 넘어 ‘Must Do’로 가야합니다. 체질개선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KDB 스스로 개혁을 이루어내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합시다. 

구조조정은 원칙을 확실히 세우도록 합시다. KDB는 대표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인 공공성에 충실하여 관리기업의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 한계기업에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매 순간 냉철함을 잊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없도록 깊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국가경제의 흐름이 선순환 되도록 금융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야겠습니다.

산은가족 여러분! 

이러한 혁신과 변화 노력을 추진력 삼아 다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갑시다. KDB가 First Mover가 되어 세계 87위에 머무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10위권의 국가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KDB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적은 마진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보다 크고 넓은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Global KDB’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갑시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만의 Color를 갖는 일등분야, 일등상품을 만들어 KDB만의, KDB다운, KDB를 위한 브랜드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산업은행은 금융의 큰 형다운 모습으로 세계시장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Global KDB로 나아갑시다.

친애하는 산은가족 여러분! 

회장은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KDB’를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가 꿈꾸는 KDB는 주니어들이 세상을 향해 이상을 펼칠 수 있는 활기찬 직장이고, 시니어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이며, 여성인력도 각자의 역할과 소명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즐거운 직장입니다. 또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입니다.

40년 금융 인생에서 보고 듣고 배워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여 이를 실현하겠습니다. 노동조합과도 끊임없이 대화하고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노동조합의 건강함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노사가 화합하여 상생하는 모습을 KDB가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위기에도 기회의 길은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로만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당면한 위기 극복과 은행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솔선수범, 선두에 서겠습니다.

산은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KDB의 성공시대를 열어 나갑시다. 

끝으로, 어려운 시기에 열정을 가지고 위기를 헤쳐오신 전임 홍기택 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전도에 보다 아름다운 내일이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