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으로 김정은 돈줄 죌 수 있을까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2.13 10:36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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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전문가 3인 긴급진단 “국내 기업 피해가 더 클 듯”
2월11일 저녁 개성공단 관계자들을 태운 차들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를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가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1차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북한의 ‘돈줄 죄기’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중 상당액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이거나 핵개발 등에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합법적으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북한이 어느 정도의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5만4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벌어들인 임금이 월평균 700만~850만 달러에 이른다. 기본수당 외에 지급되는 보너스 등을 합하면 1억 달러가 넘는다. 정부 역시 2월10일 “지난해에만 1320억원(1억2000만 달러)이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됐다”며 “지금까지 총 6160억원(5억6000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30%가 북한 노동당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실제로 개성공단 폐쇄를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까.

직접적 효과보다는 간접 효과 더 클 듯

일단 북한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1억2000만 달러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북한 전체 대외무역액 70억~80억 달러에서 1%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생활할 때도 번 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밥도 먹고 옷도 사듯이, 북한 역시 달러를 다시 북한 돈이나 현물로 바꿔서 종업원에게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것은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달러 수입만 본다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회장은 “1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 돈을 끊는다고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브’한 자세가 문제”라며 “북한에 줄 수 있는 직접적 타격은 정부가 말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군부보다는 근로자 5만명과 거기에 딸린 가족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북한 주민들은 원래 어렵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금세 극복한다고 보면, 결국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얼마 못 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순히 1%란 수치만 가지고 효과가 미미하다고 불 수 없다”며 “북한이 생산비용 등을 제외하고 수출로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외화는 매년 10억 달러 수준인데, 여기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어서는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외화 확보가 중요한 북한 경제 구조 특성상 개성공단 폐쇄가 불러올 효과는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간접적 효과 면에서는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간접적 효과란 대부분 ‘북한 경제의 미래 가치’로 요약해 말수 있다. 임을출 교수는 “외국 기업인들이 찾아와 나에게 묻는 것을 보면, 그들은 개성공단을 상당히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의 외자 유치 실적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지면, 외국 기업들의 (북한) 경제개발특구에 대한 관심도 식을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이 최근 발표한 경제개발특구에 투자하려는 외국 자본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개발특구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김정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남한 측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통해 가동되는 정수시설 등이 멈추면 개성공단 주민들의 피해 또한 불가피하다. 현재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력 10만㎾는 전량 남측에서 만들어 송전하는데, 개성 주민 상당수가 공단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또 주민 대부분은 개성공단에 설치된 정수시설을 통해 하루 2만2000여 톤의 식수 및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이정수시설 역시 남한에서 끌어온 전기로 가동하고 있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유·무형으로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식수 공급이 중단되면 개성 시민이 모두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제재 동참 없으면 그나마 반쪽 효과

이 모든 제재들이 정부 의도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필수다.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의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성공단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제재 동참을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성공단을 가동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에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미국과 논의하고 있는 ‘사드(THAAD)’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영윤 회장은 “대북 제재는 중국이 동참할 때 효과가 있는데 지금처럼 정부가 중국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을 중국 정부가 따를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중국으로 옮겨가는 등 중국과 북한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피해가 큰 쪽은 우리 기업이라는 데에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의 생산액은 5·24 대북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5년 1491만 달러(약 168억원)를 기록했던 연생산액은 10년간 35배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1~11월에만 5억1549만 달러(약 6172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생산액은 31억8523만 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남북 간 총 교역액 27억1349만 달러(약 3조2494억원) 중 99%가 개성공단에서 발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오히려 우리 쪽이 손해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세상 어디에도 개성공단처럼 생산성이 높은 곳은 없다”며 “게다가 개성공단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남북 경협의 상징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중단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교수 역시 “개성공단의 소중한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고, 수많은 중소기업의 줄도산과 실직도 감수하면서까지,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은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리 곰곰이 따지고 생각해봐도 수긍하기 어렵다”며 “우리 측 피해가 크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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