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성관계로 사람 간 전파 확인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3:58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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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지카바이러스의 실체 해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기에 물린 사람이 성관계를 할 경우 한 달 이상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지카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방법이다. 사진은 독일의 한 콘돔회사 직원들이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 DPA 연합

지구의 반대편인 브라질 등 남미에서 유행하던 ‘지카(Zika)바이러스’가 어느 새 우리의 인접국인 중국에까지 파고들었다. 지구촌을 새롭게 공포에 떨게 만드는 지카바이러스는 단순히 모기에 물리는 것뿐만 아니라, 성관계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등 새로운 경로도 확인되고 있다. 임신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안전할 수 없게 됐다.

2월9일 중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국인 베네수엘라를 여행한 장시성 출신 34세 남성이 발열·두통 등 감염 증세를 보여 현지에서 진료를 받고 귀국해 고향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미국인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미국 보건 당국이 발표했다. 지난 2008년엔 아프리카에서 남편이 돌아온 지 나흘 만에 아내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록이 있다. 남성의 정액·침·소변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나왔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과 교수는 “정액·침 등으로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는 만큼 모기에 몰린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액에 없는 바이러스, 정액·양수에 존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사례 두 건을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가 피보다 정액에서 오래 생존하는 만큼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액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CDC는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혈액에서는 일주일 정도 생존하는 지카바이러스가 정액에서는 2~10주 동안 존재한다. 임신 기간에는 콘돔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바이러스 잠복기가 1~2주이므로 일반인이 모기에 물렸다면 그 기간에 검사를 받아야 하고, 성관계를 할 경우에는 콘돔을 한 달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월6일 현재 중남미 26개국을 포함해 총 31개국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대부분 모기에 의한 감염이므로 세계 보건 당국은 모기와의 접촉을 피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WHO는 물탱크·하수도 청소 등 모기 번식을 막는 10가지 생활수칙을 공개했고, CDC는 외국 여행 시 모기에 물리지 않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외 보건 당국은 사망한 소두증(小頭症) 아이들의 뇌에서 지카바이러스 흔적이 발견되면서 소두증과 이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모두 소두증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더라도 바이러스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혈액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이후 임신에서 태아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소두증은 머리 크기가 해당 연령의 하위 3% 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평균 머리 둘레는 34~37㎝ 정도지만 소두증 아기는 32㎝ 이하로 얼굴보다 이마에서 뒤통수 부위가 특히 작다. 소두증은 지적장애·운동장애·시력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감염으로 모든 태아가 소두증 걸리진 않아

소두증은 지카바이러스가 퍼뜨린 새로운 병은 아니다. 국제 학계에 보고된 소두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임신 중 폐렴 바이러스(CMV) 및 단순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거나 풍진·매독 등에 걸려도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밖에 염색체 이상이나 약물, 알코올, 화학물질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14년) 국내에서 매년 500명 안팎의 소두증 환자가 전국의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신생아(0세) 환자는 해마다 70명 정도다. WHO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모두 4783명의 소두증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조사가 완료된 1113건 가운데 709건(63.7%)은 지카바이러스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희진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카바이러스로 이번에 주목받았을 뿐이지 소두증은 과거부터 있었다”며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등에서 발생한 소두증이 모두 그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월6일 브라질에서 열린 카니발 참가 여성들이 이집트숲모기를 조심하자는 취지로 모기장을 쓴 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P 연합

Q 임신 시기 중 언제 지카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태아 소두증 발생 위험이 큰가?
A 보고에 따르면 소두증 아기 출산 임신부의 60%는 임신 1기(임신 12주이내)에 감염돼 위험이 가장 컸고, 임신 2기(13~26주) 감염자도 14%로 파악됐다. 나머지 26%는 노출 시기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임신 3기(26주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Q 임신 중 지카바이러스 전염 지역을 방문했거나 증상이 의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의료인에게 전염 지역 방문 사실을 알리고 감염 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검사할 수 있다. 또 여행 2주 이내에 열·발진·관절통·결막염 중 2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카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카바이러스 전염 지역을 여행하지 않았던 임신부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국번 없이 109)나 거주 지역 보건소에 신고하면 된다.

Q 태아에게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어떻게 진단하나?
A 양수검사를 통해 지카바이러스 RNA를 확인한다. 국제적인 보고에 의하면, 태아 초음파에서 소두증이 진단됐던 2명의 임신부 혈액에서 지카바이러스 RNA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양수에서는 확인된 바 있다.

Q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모기 기피제는 태아에게 안전한가?
A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기 기피제 성분(DEET, Icardin, Clove oil, Citronella oil)은 기형 유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질병관리본부 역시 미국환경보호청(EPA)에 등록된 모기 기피제(Catnip oil, Citronella Oil, DEET, IR-3535 등)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Q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임신은 언제 하는 것이 안전할까?
A 지카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혈액에 일주일 정도 남아 있다가 제거된다. 그 이후 임신에서는 태아에게 감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Q 임신 중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모유 수유가 가능한가?
A 지카바이러스는 모유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모유 수유를 통해 전파된다는 것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의학적 증거에 기반을 둬 설명하면 신생아의 모유 수유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지카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이론적 위험보다 크다.

도움말 : 질병관리본부, 제일병원, 이대목동병원, 강남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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